- 하드코어·스카 등 다양한 장르
- 펑크 접목 특유의 음악세계 구축
- 인디레이블 '싸우스 레코드' 운영
- 펑크 음반 제작·공연 기획 시도
- 내달 1일 '싸우스 펑크 리그' 출격

'담배 피고 술 처먹고 / 욕이나 하고 쌈박질하고 고함 지르면 펑크 락커가/록앤롤이 뭐 별거가/펑크는 정신이고 마인드라메/뭐라고 씨부리노 왈왈왈왈/내가 펑크라면 펑크인기라.'

2013년 9월. 10개의 부산 팀이 힘을 모아, 고양이 레이블(대표 이철규)에서 발표한 부산 인디 컴필레이션 앨범 '특별시 부산'에 수록된 '록앤롤이 뭐 별거가'는 점차 고령화되는 부산 로컬 신에 젊은 피를 수혈하고 있던 부산 펑크의 신흥 강자 밴드 '옐로로코'의 곡이다. 거침없이 몰아치는 경쾌하고 펑크록 사운드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반항적이고 투박한 사투리 가사로 일찍이 공연장에서 오랫동안 관객의 떼창을 유도해오며 사랑받아왔던 노래다. 대학교 축제 때 종종 스쿨 밴드들이 커버하기도 한다는 소문까지 들리며 새로운 앨범에 대한 기대를 한껏 모으던 중 안타깝게도 해산해버린 옐로로코의 전 멤버 양재동(기타/보컬)과 김용한(베이스)은 펑크 밴드 '클러츠' 출신의 류창림(기타)과 서울에서 오랫동안 하드코어 펑크 밴드 '극도'의 멤버로 활동해온 구자경(드럼)을 영입하여 새로운 펑크 밴드 싸우스 나인(south nine)을 결성했다.

■ 다양한 장르 섞어 '까리한' 펑크

멤버 모두 펑크를 기반으로 여러 다른 장르를 녹여낸 펑크밴드 랜시드(rancid)의 팬이라 싸우스 나인 역시 하드코어, 스카 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하여 궁극적으로 '까리한' 펑크록을 지향하고 있다. 합주와 공연 이외의 시간도 늘 어울려 다니며 함께 축구팀을 결성해 매주 축구시합을 벌이기도 하고, 다트 경기에 열을 올리기도 하며 팀워크를 단단하게 다지고 있다. 축구와 다트 분야에선 부산의 모든 밴드를 이길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으니 누구든 나서서 자비심 없이 콧대를 한 번 꺾어 주길 기대해 본다.

싸우스 나인은 도시철도 장전역 근방 지하에서 '싸우스 레코드' 라는 인디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다. 합주실 겸 녹음실이자 간혹 자체 기획 공연을 여는 공연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힙합, 포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는 레이블로 운영되었다가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펑크록 전문레이블로 전향했다. 소속 밴드라는 개념을 없애고, 부산 펑크 신 전반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부산 펑크 신을 지지하는 이들의 모임으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한다. 음반 제작과 공연 기획 등 부산 펑크 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것을 시도해보고 있다.

■ 8월 1일 제14회 싸우스 펑크 리그

그 시도 중 하나가 바로 14회를 앞둔 기획 공연 '싸우스 펑크 리그' 다.

'싸펑' 이라는 줄임말로 친근한 싸우스 펑크 리그는 이름 그대로 South punk league. 남쪽의 펑크 연맹이라는 뜻이다. 우리만의 리그가 되더라도 그 역시 가치가 있을 것으로 믿고 소소하게 기획한 공연이 지금껏 수많은 부산의 펑크 밴드는 물론 전국의 펑크 밴드와 해외 펑크 밴드들까지 참여해온, 부산 로컬 인디 뮤지션이 자발적으로 주도하는 대표적인 축제이자 공연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다음 달 1일 오후 8시. 경성대 앞 라이브 클럽 '바이널 언더그라운드'에서 예정된 14회 싸우스 펑크 리그는 싸우스 나인을 포함해 부산 밴드로는 스톤드, 사이드 카, 포 보틀즈, 마이 골든 에이지, 쾌남들이 함께하고 대구의 드링킹 소년소녀합창단, 서울의 로커빌리 밴드 스트리트 건즈 등 총 8개 팀이 출연하는 록 페스티벌을 방불케 하는 역대 최대 규모 공연이 될 예정이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니 8월의 첫날, 낙오자 없이 집결하여 남쪽 펑크의 세계에 빠져보길 바란다.

■ "자신의 펑크 틀에 갇히기 싫어"

싸우스 나인이 현재 발매한 음원은 지난해 12월에 발매된 '싸우스레코드 크리스마스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된 'The finger in Leningrad' 1곡뿐이다. 기존에 있는 곡들로 우선 미니 앨범을 발매한 후, 내년 상반기에 정규앨범 발매를 목표로 열심히 작업 중이다. 펑크 록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전혀 고집이랄 건 없고 그저 천성이 펑크라고 한다. 그들의 곡 'Time to purge' 의 가사를 보면 '틀을 깨자던 펑크 투사들 결국엔 제 틀 안에 갇히고' 라는 가사가 있다. 펑크록커인 스스로 던지는 메시지다. 펑크라는 장르가 애초 기존의 틀에 저항하는 음악으로 탄생하였던 것인데 결국엔 펑크라고 하면 꼭 이래야 한다는 틀이 생기는 것에 대해 스스로 경계하자는 의미라고 한다. 싸우스 나인에게 펑크는 유행에 따라 흥했다가 시들기도 하는 음악적인 조류와 상관없이 늘 현재진행형으로 스스로 틀에 갇히길 거부하며 새로움을 모색해가는 태도가 아닐까 짐작된다.

부산 로컬 신의 장점은 '까리한' (그들은 까리하다는 표현을 참 많이 썼다. 아리까리하다) 부산 펑크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점과 밤샘 녹음 후 비몽사몽으로 광안리 해변에 뛰어들어 수영할 수 있는 바다를 꼽았다. 단점은 별로 생각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라고 못을 박았다. 굳이 단점 따위를 찾아 생각하지 않고 학창시절에 크게 위로와 공감을 주었던 펑크의 '까리함'을 새로운 사운드로 널리 알려 세상과 인간을 이롭게 하겠다는 무한긍정 에너지가 혹시 그들이 얘기하는 '까리함'의 정체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역시 짐작은 부질없다. 짐작하는 순간 그들은 보란 듯이 그 틀을 깨고 다른 모습과 소리를 펼쳐 보일 듯하다. 섣불리 짐작하려 들지 말고 이제부터 그들이 펼쳐 보일 소리와 무대를 끝까지 지켜보도록 하자.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