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 강수연 공동 집행위원장이 20일 BIFF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관해 밝히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손님 입장서 응원하던 BIFF
- 도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수락
- 예상보다 방대한 규모에 놀라

- 이용관 위원장과 서로 보완
- 임기 생각않고 행사 성공 올인
- 시민의 열렬한 지지 성장 자양분

- 中 국가 차원 뭉칫돈 쏟아부어
- 亞필름마켓·교육 강화로 돌파
- AFA도 확대 청년 일자리 창출

- 정치·경제적 이슈로 상영 제한
- 영화제 존재 가치 위협하는 것
- 시-BIFF 대화하고 협조해야

'월드 스타' 강수연(49)이 부산국제영화제(BIFF)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제2의 영화 인생을 시작했다. 지난 6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2015 BIFF 임시총회'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함께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된 그녀를 20일 BIFF 사무국에서 만났다. 검정 원피스로 다소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임시총회 당시와는 달리 그녀는 화사한 핑크빛 원피스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부드러운 미소 뒤에 따라온 대답에서 강단 있는 BIFF 집행위원장의 모습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공동 집행위원장 수락 이후 주변에서 많은 격려와 걱정을 들었어요. 요즘 BIFF가 안팎으로 좋지 않잖아요. 어려운 시기에 집행위원장직을 맡아 걱정이 앞서네요."

사실 강 집행위원장은 오래전부터 차기 BIFF 집행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다. 그녀는 1998년부터 BIFF 집행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BIFF 행사 규모가 커지면서 이용관 집행위원장님을 도울 사람이 필요하단 얘기가 많았어요. 하지만 저는 배우 외의 길을 가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매번 고사했어요. 그런데 제가 많은 애정을 쏟고 응원했던 BIFF가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 되자 도움이 될 필요가 있겠다 싶어 집행위원장을 수락했어요."

공동 집행위원장 위촉 이후 지난 2주간 정신없이 BIFF에 대해 공부했다는 그녀는 예상보다 행사 규모가 커 놀랐다고 전했다. 그녀에게 당장 소화해야 할 스케줄이 어떤 것이냐고 묻자 "너무 많아서 기억 못 해요"라며 웃어넘겼다.

"예전에는 손님 입장으로 영화제를 찾았잖아요. 그런데 실제 BIFF의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니 정말 방대한 문화예술 행사더군요. 이 집행위원장님과 역할을 나누기보다 서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고, 참석해야 할 자리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는 식으로 20회 행사 준비에 올인하려고요."

그녀의 말대로 당장 시급한 과제는 20회 BIFF를 잘 치러내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으며 BIFF를 위협하고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영화제가 살 길은 아시아필름마켓과 교육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세계 최초로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 마켓(E-IP 마켓)'을 시작합니다. 영화화가 가능한 웹툰, 게임, 소설 등 다양한 형태의 지적 재산권을 사고파는 마켓입니다. 많은 나라에서 준비했는데 BIFF가 가장 먼저 시작하게 됐어요. 올해 비장의 무기가 될 겁니다. 그리고 아시아의 예비 영화인을 발굴해 키우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도 확대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BIFF가 부산시, 영화진흥위원회와 불화를 겪어 주변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인데 분위기를 바꿀 방법이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진지해졌다.

"지난 20년간 BIFF는 다양한 국가와 소재의 영화를 상영했고 매년 크고 작은 이슈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특정 국가의 정치, 경제적 이슈에 막혀 영화를 상영할 수 없다면 그것은 영화제의 존재 가치를 위협한다고 생각해요. 부산시와 BIFF의 관계가 좋지 않다고 하는데, 어쨌든 두 곳 모두 '올해 영화제를 잘하자'는 데 동의하죠. 결론이 같다면 그것에 도달할 수 있도록 대화하고 협조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면 이 집행위원장과의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가 얼마나 갈 것 같으냐고 묻자 단호하게 대답했다.

"왜 다들 집행위원장의 임기에 관심을 가질까요. 저와 이 집행위원장님의 목표는 올해 20회 영화제를 잘 치르는 것입니다. 올해 행사를 잘 못 한다면 끝장이란 생각으로 일하고 있어요."

강 집행위원장은 BIFF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전했다.

"어릴 때부터 해외 영화제에 자주 나갔는데 그때마다 '너희 나라에도 자국어로 만든 영화가 있느냐'란 질문을 받으며 서러움을 겪었어요. 우리나라에도 국제영화제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BIFF가 생긴 거죠. BIFF는 부산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시민의 열렬한 지지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어요. 올해도 많은 격려와 지지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