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임시총회에서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의 위촉이 승인됐다. 이용관(오른쪽) 집행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 신임 집행위원장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강 씨 인맥 넓고 영화제 잘 알아
- 네트워크·위상 강화 힘 쏟을 듯

- 영화계 반발에도 영입 설득
- 이용관과 역할 조화가 관건

- 부집행위원장도 4명으로 확대
- 市 추천 인사로 입김 우려

(사)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여배우 강수연(49) 씨를 새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위촉함에 따라 '이용관-강수연' 체제를 갖추게 됐다. 지난 1월 부산시의 BIFF 지도점검과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압력이 불거진 이후 사면초가에 몰렸던 BIFF가 '강수연 카드'로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새 인물 영입 의미는

강 씨를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은 현실적인 선택이란 분석이 많다. BIFF를 잘 알고 국내외 영화계와 두루 소통할 인물로 강 씨만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 안성기 부집행위원장과 함께 'BIFF 패밀리'로 꼽히는 강 씨까지 영입되면 기존 체제가 더 공고해지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하지만 BIFF 측은 다른 대답을 내놨다. BIFF 관계자는 "BIFF가 공동집행위원장 영입 뜻을 밝히자, 이에 영화계가 반발해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몇몇 인사에게 집행위원장을 제안했지만 부담을 느껴 거절했고 강 씨도 어렵게 승낙했다"고 밝혔다. 또 "평소 합리적인 성품의 강 씨는 BIFF의 정체성을 잘 이해하고 한국 영화계와 소통할 수 있는 인물로 적임자다"라고 덧붙였다.

대신 BIFF는 조직의 폐쇄성과 인적 쇄신을 요구한 시의 바람대로 부집행위원장을 4명으로 늘려 지역사회와 교류의 폭을 넓히기로 했다. 지난해 안병률 부집행위원장이 비운 자리는 시의 추천 인사인 이명식(59) 전 부산영어방송 본부장이 맡고, 남은 자리는 영화의전당 대표이사가 겸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새로운 부집행위원장이 방송사 출신으로 영화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다 시 추천 인사란 점에서 오히려 영화제에 대한 시의 입김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공동집행위원장 역할 분담

강 씨가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되면서 이 집행위원장과의 역할 분담도 관심사다. '김동호-이용관' 체제에서는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 대외협력을, 이 집행위원장이 사무국 운영을 맡아 역할 분담이 뚜렷했다.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김 명예집행위원장은 영화제의 얼굴 역할을, 1996년 창립 멤버로 영화제 준비와 프로그래밍에 관여한 이 집행위원장은 행사와 살림살이를 맡는 식이었다. 2012년부터 모든 역할을 혼자 소화한 이 집행위원장이 집행위원 역할만 했던 강 씨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가 '이용관-강수연' 체제 안정의 관건이 될 수 있다.

결국,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가 안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년간 영화제의 역사와 비전을 온몸으로 터득한 이 집행위원장의 역할을 단번에 감당하기에는 신임 집행위원장의 부담이 큰 까닭이다. 이 집행위원장의 방대한 역할을 제대로 인계받으려면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공동집행위원장 역할 분담에 대해 이 집행위원장은 "신임 집행위원장은 해외 영화계 네트워크 확대와 BIFF 위상 강화에 좀 더 치중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씨 역시 "BIFF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아시아필름마켓의 확대 등 안팎으로 역할을 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 올 20회 영화제 준비에 '집중'

BIFF는 임시총회를 끝내고 조직을 정비한 뒤 곧바로 20회 영화제 준비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지난 1월 시의 지도점검 사태 이후 BIFF는 감사원 감사, 국고 보조금 삭감 등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며 영화제 준비에 집중할 수 없었다. 특히 국고 보조금이 지난해보다 6억6000만 원 삭감된 데다 스폰서 유치도 만만찮아 올해 예산이 줄어들 게 자명한 만큼 이를 만회할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국고 보조금 삭감에 따라 사무국 긴축 운영과 행사 축소 등 만회할 방법을 찾고 있다. 올해는 작지만 의미 있는 영화제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개선하는 것도 과제다. 19년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BIFF를 대표적인 문화축제 성공 사례로 만들었던 시와 BIFF는 지난 1월 지도점검 갈등 이후 한동안 교류를 하지 않을 정도로 냉랭한 관계였다.


※강수연은 누구

아역배우로 데뷔한 이래 '씨받이' '아제 아제 바라아제' '그대안의 블루'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처녀들의 저녁식사' 등 숱한 영화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1986년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월드 스타로 발돋움했고, 한국영화 주요 이슈가 생길 때마다 앞장서서 영화계의 의견을 전달한 '맏언니'이기도 하다. 1998년부터 BIFF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