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가 주최한 '최근의 표절사태와 한국 문화권력의 현재'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추락했다. 한국의 문학계에서 권력자와 스타로 자리를 점하고 있었던 대표 여류작가가 하루아침에 지금까지 쌓았던 존경의 자리에서 추종자들과 대중에게 배신과 실망을 안긴 채 깊은 상실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자신의 죄를 시인하는 방법도 옹졸했고 내용도 비루했다.

상실했다. 윤리와 도덕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정직성이 요구되는 종교지도자들의 끊임없는 부정과 타락은 많은 사람이 가졌던 종교적 신뢰와 위로를 빼앗아 가기에 충분했다.

무너졌다. 저명한 교수가 직선제 총장 후보로 등록했다가 자존심에 깊은 생채기와 허명의 낙인을 지닌 채 스스로 후보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뭇 사람과 제자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낙마했다. 총리와 장관이 되기 위해 청운의 꿈을 품고 최선의 삶을 살았건만, 단 하루의 청문회 앞에서 부끄러운 자화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결국, 발가벗겨진 채 꿈을 접고 낙향했다.

하나같이 찬란했던 이들의 이력은 비도덕과 이중인격이라는 아주 짙은 어둠으로 대체되었다. 이유는 표절 때문이다. 땀과 피와 눈물로 쌓아 올린 성공신화가 논문 표절이라는 어휘 앞에서 아무런 힘을 발하지 못한 채 거품처럼, 신기루처럼 맥없이 표표히 사라져 버렸다.

필자는 항상 강의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세 가지를 부탁한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을 때 더욱 바르게 행동하라. 시험과 성적을 넘어 주체적인 학문을 하라. 어떤 상황에서도 커닝하지 마라. 왜냐하면 바른 인격이란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을 때 행하는 선한 행동의 축적이며, 진정한 학문은 삶의 토양과 자양분이 되는 지식과 진리이며, 커닝한 성적으로 이룬 삶은 도적질한 인생 또는 거짓 인생이 되기 때문이다. 부탁의 이유인즉 신실성과 주체성과 정직성을 각인시키고자 함이다.

목회자들의 아픔과 수치이지만, 목회현장에는 적지 않은 표절의 상황과 도용의 사례가 일어난다. 첫째, 설교 표절이다. 타인의 설교를 복사, 편집해서 사용하거나 문장 하나 바꾸지 않고 마치 자신의 설교인 것처럼 선포하는 경우다. 둘째, 예화 표절이다. 책에 나오는 예화를 사유화하거나 타인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포장하는 경우, 설교의 필요에 따라 창작한 예화를 사실인 것처럼 위장하거나 실제 상황보다 과장, 확대하는 경우다. 셋째, 디자인 표절이다. 이 부분은 너무 무감각해서 표현하기도 어렵다. 교회 인쇄물에는 아예 지적재산권이 없다. 넷째, 프로그램 표절이다. 교회의 성장과 성숙을 위한 일련의 훈련과 성경공부들을 보면 유사 짝퉁 프로그램이 많다. 이름만 바꾸거나 여러 프로그램의 내용을 짜깁기한 경우다. 다섯째, 은사 표절이다. 흉내 표절 혹은 무늬 표절인 척하는 신앙이다. 방언은 하나님의 선물이지 반복적인 주문 암송이 아니다. 기적은 하나님의 능력이지 기만이나 쇼가 아니다. 치유는 하나님의 축복이지 기도원의 축재수단이 아니다. 능력과 은사가 없으면 안 하면 된다. 신앙의 도용과 표절은 죄악이다.

서두의 사례들처럼 표절로 채워진 인생은 일순간에 무너지고 아픔만 남긴 채 깊은 심연으로 추락한다. 도적질한 허명은 안개와 거품처럼 사라진다. 허망은 미망이 되어 신기루처럼 소멸한다. 따라서 타인의 표절을 비난, 정죄하기 전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를 소망한다.

나의 글과 인생에는 도용과 표절이라 불릴 만한 의도적인 실수나 악의적인 편집은 없었을까?

가야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