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계에서 불붙은 '소설가의 표절 논란'이 문학 울타리를 넘어 사회로 번지고 있다.

소설가 신경숙이 1996년 발표한 단편소설 '전설'이 1983년 우리말로 번역된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금각사, 우국, 연회는 끝나고'의 여러 문장을 베꼈다는 것이 문제제기의 내용이다.

이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표절은 우리 사회에서 휘발성이 높은 문제다. 거기에다 이번 일은 논란과 관심이 커질 조건을 갖췄다. 이 문제를 제기한 시인·소설가 이응준의 글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지난 16일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 기고)이 구체성이 높고 논리를 갖췄다는 점 그리고 소설가 신경숙이 너무도 유명한 작가라는 점 때문이다.

19년 전 나온 이 작품에 관해 신경숙 본인과 출판사 창비가 조금 더 일찍 적극적이고 적절하게 해명하고 대응했다면, '물길'을 지금과는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었을 텐데 그마저 늦었다. 물길은 불길이 됐다.

그렇다면 이제 문학계와 우리 사회는 이 뜨거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택할 수 있는 길이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에 오래 고민한들 다른 뾰족한 수를 찾기는 힘들다. 문학계의 표절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표절의 위험함과 해악을 공유하며, 표절을 뿌리뽑는 계기로 삼는 길뿐이다.

이응준의 문제제기에 관한 신경숙 쪽의 해명과 대응이 추가로 나와 좀 더 토론이 이뤄질 때 현재의 표절 논란 자체에 대한 '판정'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그것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어도 될 만큼 한가하거나 단순한 사안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문학계 표절 문제를 진단하고 바로잡는 계기로 삼으려면 비판과 토론을 확대하지 않을 수 없다. 말하자면, '일을 키우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해결방향이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지 않겠느냐' '긁어서 부스럼을 더 키우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걸 두려워해서는 이번 문제와 논란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도 배우지도 못한다.

몇 년 전 '신정아의 학력 위조 파문' 때 우리 사회는 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홍역을 치렀다. 결국, 그 홍역은 우리 사회가 이전까지 쉬쉬하거나 억울해도 그냥 넘기던 문제에 관해 정신을 번쩍 차리고, 개선을 시도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가 23일 서울에서 '최근의 표절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현재'라는 긴급토론회를 열기로 했다는 점은 좋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이런 토론과 비판, 반성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신경숙 소설가가 표절했다는 것인가 아닌가' 하는 판정 문제는 일단 미룰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표절은 표절한 사람과 표절 당한 사람의 영혼을 모두 파괴한다'는 기초를 되새기는 계기가 돼야 한다. 문단에 엄연히 있는 이 표절 문제를 그대로 두면 문학계는 지금보다 더 엉망이 된다. 학계도 마찬가지다. 표절은 힘센 자가 약한 이를 억누르고 불의한 자가 득세하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샅샅이 살피고, 엄정하게 따져야 한다. 지금은 일을 키울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