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서울 가회동 북촌마을의 한옥. 지붕의 처마 곡선이 조금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한국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 조선시대 좋은 소나무 귀해지자
- 사찰·민간에선 뒤틀린 나무 사용
- 처마에 신경쓰니 다른 부분 정체
- 3국 건축 통해 한국의 미 재발견

한국의 미(美), 한국의 문화를 잘 보는 방법은 무엇일까. 길과 방법이 여럿 있는데, 그 가운데 한국 중국 일본을 모두 살펴보고 이를 서로 비교해서 특징을 간추려 보는 방식은 효과가 검증된 좋은 접근법이다.

한국 중국 일본은 역사와 문화에서 공유하는 자산이 많고, 서로 밀접하게 상호작용해왔기 때문이다.

'원형사관'으로 잘 알려진 석학 김용운 박사의 동아시아 역사 연구서나 미국 출신 미술사가 존 카터 코벨이 쓴 한국 예술사 저술이 호응과 권위를 확보하고, 이른바 '정통' 역사연구가들 연구 성과 사이에서 당당히 살아남은 힘도 아무나 흉내 내기 힘든 '한·중·일 비교연구' 덕분이다.

중국 - 중국 산서성 예성의 영락궁. 지붕에 채색 기와를 얹었다.

문제는 한국과 중국과 일본을 고루 알고 이를 서로 비교해서 연구할 역량을 갖추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인데, 경기대 김동욱(건축학과) 명예교수가 펴낸 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은 이런 점에서 반가운 비처럼 나타났다. 김 명예교수는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건축역사학회장, 문화재위원을 지냈다. '개정 한국건축의 역사' '조선시대 건축의 이해' '도산서당 선비들의 이상향을 짓다' '한국건축공장사연구' '실학정신으로 세운 조선의 신도시 수원화성' 등 저서도 많다.

'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은 저자가 이런 이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에세이처럼 구수하고 찬찬하게 풀어냈다. 미술사가 또는 미학자는 한국 옛 건축에 접근할 때 아름다움의 측면을 주로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저자는 건축공학과 건축기술까지 폭넓게 이해하고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이 눈길을 잡는 강점이다.

"우리나라 전통 건축을 조금 객관적인 시각에서 솔직하게 들여다보려고 시도한 것이다. 특히 우리 건축 형성에 큰 영향을 준 중국 건축과의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찾아보고 또 우리와 유사한 전개 과정을 밟아온 일본 건축과 비교해보면서 우리 건축의 특질을 찾아보려고 한 것이다."(머리글 중)

일본 - 일본 나라에 있는 호류지 금당. 외관은 2층이지만, 내부는 1층만 쓴다. 김영사 제공

이런 접근은 자연스럽게 우리 옛 건축에 관한 미학 중심 접근법과 다른 해석으로도 이어진다. 한국의 옛 사찰이나 규모가 작은 옛집에는 자연에서 가져온 돌이나 나무를 별로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건축 재료로 쓴 사례가 꽤 있다. 굽은 나무를 기둥으로 쓰거나 자연석을 주춧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한국 특유의 자연미를 낳았다. 저자도 이를 인정한다.

하지만 건축학자인 저자 눈에는 다른 요인도 보인다. 삼국시대는 느릅나무, 고려시대는 느티나무를 건축 자재로 많이 썼는데 조선시대에 오면 이들 수종은 고갈되고 소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런데 좋은 소나무는 언제나 모자랐다. 그래서 사찰이나 민간에서는 뒤틀린 나무를 그대로 쓰는 사례가 늘 수밖에 없었다는 원인을 저자는 말한다.

조선 건축미에서 중요한 기와집의 부드러운 처마 곡선은 중국과 일본보다 아름답다. 그런데 이 처마곡선을 살리는 것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았고, 여기에 역량을 쏟은 나머지 조선의 건축이 오히려 다른 부분에서 정체하는 현상이 있었다고 저자는 들려준다.

낯선 옛날 건축용어가 자주 나오고, 사진이 조금 더 다채로웠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그때그때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서 읽어 보니 애로는 거의 해결됐다. 한·중·일 건축을 동시에 보면서 한국의 미를 되새기는 의미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