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KBS2TV '다큐멘터리 3일'을 통해 '성수동 구두 골목'이 소개된 적이 있다. 중국제 기성화가 대세인 요즘에도 꿋꿋하게 수제화에 매달리는 그들을 보며 "아직도? 지금도?"를 연발했다. 그렇다. 그들의 미싱은 아직도 돌고 있다. 사회적 관심사나 국가 정책의 대상이 된 적이 없음에도. 모두 사양산업이라며 거들떠보지 않은 사이 그들은 수제화를 비롯해 의류봉제, 가방, 안경, 주얼리와 액세서리, 인쇄, 금속가공업을 계속 지켜왔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노래 '사계'에서 보이듯 계절이 바뀌어도 미싱은 잘도 돌고 '다시' 돌아간다. 1970년대가 아닌, 2015년 풍경이다.

소공인은 그 역시 봉제공장 시다 출신이자 '평화시장' 전태일의 여동생인 저자가 만난 우리 시대 장인들의 이야기다. 책 속의 장인 9명은 손기술로 한 시대를 꿰매온 이들. 화젯거리 삼아 이들을 세상에 불러낸 것은 아니다. 도시 골목골목이 기술과 제조의 현장으로 탈바꿈할 미래를 꿈꾸기 위한 것이다.

저자는 '도시형소공인'이란 정체성을 제시했다. '노동 집약도가 높고 손기술을 포함한 숙련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일정 지역에 집적하는 특성이 있는 10인 이하의 소규모 제조업'을 이르는 명칭이다. 뭉뚱그려진 개념인 '소상공인'이 아니다. 소공인은 7대 도시에만 사업장 20만 곳에 63만 명이 있다. 소공인들은 손기술 하나로 우리 경제를 밑바닥에서부터 떠받쳐 왔다. 매출 규모 74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에 달한다.

더욱이 소공인은 숙련 집약형이자 기술 집약형 산업이어서 고용 유지나 창출 효과가 크다. 서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유력한 대안이라는 얘기다. 소상인의 상당수가 창업 후 3년 안에 폐업하는 것과 반대로 소공인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40년 이상 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책은 소상인에 집중돼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세계 시장에서 통할 경쟁력을 지녔다면 소공인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일일이 인터뷰해 책으로 엮어낸 장인들을 보자. '영원한 현역 기술자'임을 강조하는 김도영 봉제 장인(경력 43년), 구두 만드는 일을 서울대 졸업장과도 바꾸지 않겠다는 유흥식 구두 장인(경력 55년), 가내공업이 죽으면 그 나라도 망한다는 소신을 지닌 김종은 가방 장인(경력 42년), 디자이너 브랜드가 살아남으려면 기술자와 같이 가야 한다는 장효웅 패턴 장인(경력 43년) 등이다. 또 지금도 구두 만드는 일이 가장 재미있다는 양영수 구두 장인(경력 37년), 유통만 지원해 주면 액세서리로 먹고사는 나라 된다고 여기는 김상실 전통공예 장인(경력 25년), 지금은 여성복 전문인 한상민 토털의류 기술자(경력 38년), 백발의 테일러 김의곤 양복 장인(경력 57년), 보석산업 미래 인재를 키우는 김종목 귀금속 장인(경력 43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