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선 전기의 무신 최윤덕, 중국 전한 고조 때의 재상 소하, 진나라 천하통일 기초를 다진 상앙.

- 걸출함을 몰라보고
- 공손앙 내친 위나라
- 서서히 패망의 길로

- 재상으로 발탁하여
- 잘 활용한 진나라
- 천하통일 위업 이뤄

- 건달이었던 유방도
- 유능한 인재 쓴 덕에
- 제왕의 자리에 올라

- 오늘날의 한국 현실
- 총리후보 잇단 낙마
- 적임자가 없는 걸까
- 구할 마음 없는 걸까

임금이 좌대언 김종서(金宗瑞)에게 말했다.

"경은 최윤덕(崔閏德)을 아는가?"

김종서가 대답했다.

"사람됨이 비록 학문으로 쌓은 힘은 없으나, 마음가짐이 곧고 바르며 또 뚜렷하게 드러나는 잘못도 없습니다. 무인으로서 그의 재주는 남다르고 뛰어납니다."

임금이 말했다.

"곧고 착실하여 거짓이 없으며 늘 삼가고 직무를 잘 받들어 행하므로 태종께서도 그를 인재라고 여기시어 정부를 위해 써 보셨다. 앞 왕조(고려)와 이 왕조 초기에 간혹 무신으로서 재상이 된 이가 있으나, 어찌 그 모두가 윤덕보다 나은 자이겠는가. 그는 수상(首相)이 되더라도 좋다. 다만 말이 알맞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하륜(河崙)이 재상이 되어 모든 일을 결단하고 처리할 때 조영무(趙英武)가 거기에 대해 옳으니 그르니 하는 일이 없었다. 한 사람의 훌륭한 재상을 얻는다면, 나랏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 '세종실록' 14년(1432년) 6월 9일

■인재를 놓친 자와 얻은 자

	상앙(왼쪽)이 진나라의 효공에게 법치의 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완구 전 총리가 사퇴한 뒤로 청와대에서는 후임자를 물색하느라 고심을 거듭했다. 이번 정부 들어 도덕성 문제로 하차한 총리가 한둘이 아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그런 고심 끝에 드디어 꺼낸 카드가 황교안 법무부장관인데, 이 또한 '돌려 막기 인사'니 '공안 검사 편애'니 하는 논란을 불렀다. 왜 총리가 거듭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는가? 인재를 물색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이 잘못되었기 때문인가? 도덕성을 가르는 잣대가 지나치게 엄격해서인가? 아니면, 참으로 쓸 만한 인재가 없기 때문인가?

기원전 403년, 주(周) 왕조의 명맥을 간신히 이어가던 위열왕(威烈王)은 위사(魏斯)를 제후로 봉했고, 이로써 진(晉)나라의 대부 가문이던 위씨(魏氏)는 비로소 제후국을 이루었다. 제후가 된 위사는 곧 위문후(魏文侯)로, 빼어난 통치술로 위나라를 전국시대 초기 가장 강성한 나라로 만든 군주다. 그는 이극(李克)을 등용해 법치를 확립하고, 오기(吳起)를 기용해 강병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훌륭한 인재를 알아보고 발탁하여 사방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그러나 그의 손자인 혜왕(惠王) 때가 되면 영토는 줄고 나라는 약해진다. 혜왕이 부국강병을 바라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재를 쓸 줄 몰랐기 때문이다.

혜왕에게는 공숙좌(公叔座)라는 훌륭한 재상이 있었다. 공숙좌가 병에 걸리자 혜왕이 문병을 가서 물었다.

"공숙은 병이 났소. 만약 죽게 된다면, 이 사직을 어찌해야 한단 말이오?"

"저에게 집안일을 맡아 하는 중서자(中庶子)로 공손앙(公孫鞅)이 있습니다. 왕께서는 그에게 나랏일을 물으시기 바랍니다. 만일 그에게 묻지 않으시려거든 국경 밖으로 내보내지 마십시오."

혜왕은 대답하지 않은 채 밖으로 나와서 좌우 사람에게 말했다.

"이 어찌 슬픈 일이 아닌가! 공숙과 같은 현자가 과인에게 나랏일을 공손앙에게 들으라 하니, 어찌 이토록 사리에 어긋날 수 있단 말인가!"

공숙좌가 죽은 뒤, 혜왕은 끝내 공손앙을 쓰지 않았다. 이윽고 공손앙은 천하 인재를 뽑아 쓰겠다는 구현령(求賢令)을 내린 진(秦)나라로 갔다. 진나라의 효공(孝公)은 그를 만나자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누면서 확신을 가진 뒤에야 그를 발탁했다. 이때 공손앙은 겨우 스물을 넘긴 나이였다. 그럼에도 효공은 한 번 발탁하자 철저하게 그를 믿고 일을 맡겼다. 공손앙은 변법을 시행하여 진나라를 강성하게 만들었고, 그 공적으로 상(商鞅) 땅을 봉읍으로 받았다. 그리하여 후세에 상앙(商)으로 불렸다.

상앙은 진나라와 황하를 경계로 위협이 되고 있던 위나라를 쳐야만 동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효공에게 건의했다. 그리하여 군사 5만을 이끌고 위나라로 쳐들어가 도성인 안읍(安邑)까지 들이닥쳤다. 결국, 혜왕은 대량(大梁)으로 도성을 옮겨야 했다. 그때 그는 이렇게 탄식했다.

"내가 전에 공숙좌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참으로 한스럽구나!"

■유방은 인재를 얻어 천하를 얻었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후회란 본래 뒤늦게 뉘우치는 것이어서 아무리 빨라도 늦다. 그런데 혜왕이 공숙좌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무조건 탓할 수만도 없다. 한비도 이렇게 말했으니까.

"만약 세상의 평판을 기준으로 기용한다면 신하의 마음은 군주를 떠나고 아래로 자기들끼리 패거리를 지을 것이며, 파당을 근거로 관리를 등용한다면 백성은 연줄을 맺는 데만 힘쓰고 법에 따라 임용되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능력 있는 관리를 잃게 되어 그 나라는 어지러워질 것이다." ― '유도'

결과적으로 혜왕은 공손앙을 쓰지 않아서 도성을 빼앗기고 영토를 잃었다. 그러나 진즉에 공숙좌가 공손앙을 천거했더라면 혜왕이 시험해보고 발탁해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공숙좌가 죽음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혜왕에게 공손앙의 존재를 말한 것은 때늦은 일이면서 불충한 짓이었다. 그렇기는 해도 공숙좌의 말에 따라 공손앙을 한 번 만나보는 일조차 그렇게 어려웠을까?

효공이 공손앙을 얻은 덕분에 백 년이 지나 진시황이 천하통일이라는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진시황이 죽고 천하가 혼란해지자 다시 통일을 이룬 유방 또한 인재를 얻음으로써 한낱 건달에서 제왕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유방은 천하를 재통일한 뒤 신하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천하를 얻고 항우가 잃은 까닭에 대해 세 사람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량(張良)과 소하(蕭何), 한신(韓信)이다.

"군대 막사 안에서 계책을 짜내어 천 리 밖의 승부를 결정짓는 일에서 나는 장량보다 못하다.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어루만지며 수송로가 끊어지지 않게 양식을 보급하는 일에서는 소하만 못하다. 또 백만 대군을 통솔하여 싸웠다 하면 승리하고 공격하면 반드시 점령하는 일에서는 한신만 못하다."

유방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본래 주색에 빠져 살았던 건달이었다가 제왕이 되었으니 당연하다. 그러나 저 세 명의 걸출한 인재를 비롯해 수많은 인재를 거느린 데서 그에게 남다른 능력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인재를 알아보고 쓸 줄 아는 능력, 그것이 건달을 제왕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효공처럼 유방도 인재를 쓰기 전에는 의심했으나, 쓰고 난 뒤에는 철저하게 믿었다.

"현명한 자에게 관직을 줄 때는 그 능력을 잘 헤아리고, 녹봉을 내릴 때는 그 공적을 잘 저울질한다. 그래야 현명한 자는 제 능력을 속여서 군주를 섬기지 않게 되고, 공적이 있는 자는 제 일을 즐거이 더하게 되므로 일은 이루어지고 공적이 쌓인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현명한지 못났는지 따져보지도 않고 공로가 있는지 없는지 논하지도 않은 채, 제후들이 중요하게 여긴다고 기용하고 측근들이 아뢴다고 받아들인다." ― '팔간(八姦)'


■훌륭한 재상이 제국의 길을 연다

대통령제에서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정치적 실권을 쥐고 행정부를 구성하여 국정을 운영한다. 그런데 행정 각 부서를 통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적임자를 물색해 검증하여 일을 맡기지 않는다면, 국정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결국, 왕정이든 민주정이든 얼마나 유능한 인재를 얻느냐가 국가의 흥망을 가른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정부는 그 점에서 거듭 실책을 범하고 있다. 대통령은 거듭해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데, 그게 구호로 될 일인가? 구현(求賢)을 해야 하는데, 구호로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참으로 인재를 구할 마음은 있는가?

"탕왕은 이윤을 얻은 덕분에 사방 1백 리의 땅으로도 천자의 자리에 올랐고, 환공은 관중을 얻은 덕분에 춘추오패의 으뜸이 되어 제후들을 아홉 번 규합하고 천하를 바로잡는 업적을 이루었으며, 효공(孝公)은 상앙을 얻은 덕분에 영토가 넓어지고 군대는 강성해졌다." ― '간겁시신'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매주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