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문학청년 모임인 '젊은 시선' 회원들이 지난 24일 부산 중구 중앙동 또따또가의 문인 작업실에서 직접 써온 소설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부산작가회의 청년문학위원회 제공

- 매달 자필 소설 등 놓고 토론
- 웹진 칼럼 연재…무크지 참여도

이날은 회원 이동엽(20·경성대 국문학과 2) 씨와 윤수안(19·부경대 국문학과 2) 씨가 작품을 써왔다. 이동엽 씨는 '밤 열 시의 해운대에서', 윤수안 씨는 '다희, 떠날 수 없는 자리'라는 소설을 들고 왔다. 다른 회원 4명은 자연스럽게 이 작품을 놓고 의견과 영감을 교환했다. 진행자 격인 배길남 소설가와 강희철 문학평론가도 토론에 가세했다.

윤수안 씨 작품에서는 '구파동'이라는 마을과 마을공동체가 중요한 요소였다. 누군가 질문했다. "이 소설은 마을 자체가 주인공이라 할 만큼 중요한데 '마을지도'는 그려봤나요? 상세한 지도가 있다면 전개에 큰 도움이 될 텐데." 꽤 실속 있고 날카로운 물음이다.

이동엽 씨도 질문 공세를 피할 수 없었다. '깨알 질문'을 받은 끝에 이 씨가 "이상의 '날개'를 염두에 두고 전개해봤는데 서사를 탄탄하게 끌고 가지 못해 실패한 느낌"이라고 말하자 강희철 평론가와 배길남 작가는 "아니다. 상징성이 강한 요소를 잘 배치했고 구체성이 살아 있다"고 짚어주며 섣부른 판정을 경계했다.

부산 중구 중앙동 예술인창작지원공간 또따또가 한 작업실에서 지난 24일 열린 문학모임 '젊은 시선'의 토론회 분위기는 신선하고 뜨거웠다. '젊은 시선'은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부산 문학판에서는 거의 만나기 어려워 '멸종'한 게 아닌가 여기기까지 했던 '20대 문학청년들'의 모임이다. 현재 회원은 이동엽 윤수안 씨를 비롯해 최윤성(20·경성대 국문학과 2), 장민혁(20·동의대 문예창작학과 2), 김남수(24·동의대 문예창작학과 3), 박준훈(20·동아대 국문학과 2) 씨와 이날 모임에 나오지 못한 1명까지 7명이다.

'젊은 시선'은 한 두 번 만나고 마는 친목모임이 아니다. 부산작가회의 청년문학위원회(위원장 배길남)가 젊은 문학인을 발굴하고 지원하려고, 분명한 계획과 체계를 갖고 시작해 성과를 축적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말로만 '젊은 피 수혈' '청년문화 지원' 외쳐봤자 아무런 성과도 기대하기 힘든 의미 없는 짓이고, 구체적인 실천계획과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실천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배길남 작가는 "지난 3, 4년 동안 청년문학위원회에서 무크지(부정기간행물) 'Jab'을 3호까지 내면서 문학청년 지원활동 지원 준비를 했다. 문학평론가 황선열 선생님의 도움과 우리의 자체 노력으로 지난해 8월부터 '젊은 시선'을 결성해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시작할 때에는 문학을 전공하는 20대 '문청'이 20명가량 됐다.

그 뒤로 모임과 활동이 이어지면서 조정 기간을 거쳤고 지금은 대학생 7명이 탄탄하게 끌고 간다. '젊은 시선'은 부산민예총의 웹진 글빨에 칼럼을 연재하고, 지난 3월부터는 달마다 한 번 모여 직접 쓴 시, 소설, 평론을 놓고 토론한다. 부산항문학나눔콘서트에 스태프로 참가하는 등 활동 기회가 많다. 무크지 'Jab' 제4호부터는 집필과 편집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강희철 평론가는 "이르면 올해 안에 '젊은 시선' 회원 작품을 모아 책을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막연한 구상에만 머물지 않고, 체계적인 젊은 문학인 육성 프로젝트를 마련해 실행한다는 점에서 뜻깊다. '젊은 시선'의 박준훈 씨는 "올해 들어 활동의 틀이 잡히면서 배우는 게 무척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