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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백의 부산 독립영화인 이야기 <4> 김지곤 감독

'할매' 찍다가 손자 돼…주인공 삶 속에서 성장 중인 악동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05-11 18:49:0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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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화계의 새로운 주자로 떠오른 김지곤 영화감독. 김동백 감독 제공
- 위안부 다큐멘터리 본 후 연출 꿈꿔
- 산복도로 등 사라질 공간·사람 기록
- 6년 정리하는 '할매' 완결판 제작 중
- 실험적인 방식에 지역 영화계 활력

2000년대 후반 부산 독립영화계에 낯선 이름이 들리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감독인데 공간을 다루는 방식이 상당히 실험적이라고 했다. 거기다 나이도 어리다고 하니 자못 그가 궁금해졌다. 조금은 악동 이미지를 가진 그의 이름은 김지곤(33)이다.

S#1 영화사야? 탁주회사야?

중학교 시절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줄곧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꿔온 김지곤 감독은 동의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영상 제작을 시작했다. 그는 대학원 시절 사라져 가는 삼일극장을 다룬 다큐멘터리 '낯선꿈들'(2008)로 부산 영화계에 이름을 알렸고, 이후 삼성극장 같은 오래된 극장과 산복도로 등 재개발로 사라질 공간, 그 속에서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의 축적된 삶을 지속해서 기록했다.

그가 산복도로 재개발을 소재로 한 '할매(2011)'를 제작할 당시 탁주조합이라는 영화사가 탄생했다. '할매'의 주인공이 탁주집을 운영하니 영화사 이름을 탁주조합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툭 던진 말이 현실이 되었는데, 이 인간적이고 구수한 영화사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탁주회사로 오해한다고 한다. 탁주조합과 함께하는 이는 오민욱 감독과 손호목 감독이다. 이들은 대학 시절부터 김지곤 감독의 모든 작품에 스태프로 참여했고, 지금도 할매 시리즈 마지막편 '할매-서랍'을 함께 만들고 있다. 이들 중 오민욱 감독은 요즘 실험영화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부산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생소한 실험영화로 그는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최고상을 받았다. 지역에서 다큐멘터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일단 어려운 길에 들어선 것인데 거기다 실험영화라니…. 하지만 그의 선택이 지역 영화계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것이다. 그래서 탁주조합 구성원들의 작업에 기대와 함께 응원을 보내고 싶다.

S#2 대상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김지곤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공간을 담고 있지만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의 영화를 보면 단순히 촬영을 넘어 카메라에 담는 인물들의 오랜 경험과 축적된 인생의 내공을 전수하였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김 감독은 '할매'를 촬영하며 그분들의 베푸는 마음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손자 같은 젊은 감독을 할매들은 따뜻하게 보살폈고, 그분들의 배려 덕분에 김 감독은 촬영을 통해 성숙해졌으며, 이는 고스란히 작품에 반영됐다.

김 감독의 장점은 자신의 연출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고 철저하게 주인공의 삶에 녹아드는 것이다. 김 감독이 '할매'를 처음 찍었을 때 롱테이크로 멀리서 그분들을 찍었는데, 대체 무엇을 말하려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단다. 전 스태프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제작진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할매들의 손자가 되어 그분들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영화는 나름의 콘셉트를 정하게 됐고, 이것은 '할매'에서 '악사들'로 이어질 수 있었다. 2013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악사들'을 공개한 이후 김 감독은 주인공인 우담바라밴드의 의견을 반영해 내용 일부를 수정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본인 고유의 연출에 대한 참견으로 느낄 수 있었을 텐데, 감독은 다큐멘터리 주인공을 단순한 출연진이 아닌 함께 만들고 완성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김 감독은 자신의 대표작인 할매 시리즈의 완결판이자 6년의 촬영을 정리하는 '할매-서랍'을 찍고 있다. 6년 동안 훌쩍 성장한 감독의 내공이 얼마나 반영될지 기대된다.

S#3 부산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바람

   
최근 부산의 다큐멘터리는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의 활약이 눈에 띈다. 박배일 감독의 정치·사회적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김지곤의 공간과 사람에 관한 다큐멘터리, 오민욱의 실험적 다큐멘터리 등 30대 초·중반의 감독들이 나름의 스타일을 구축해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들은 전국에서도 지명도가 꽤 높다. 동의대에서 불어오는 새로운 영화 바람이 지역 영화계 전체로 퍼져 활력을 불어넣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감독


▶김지곤 프로필

동의대 신문방송학 전공. '낯선꿈들' '오후 3시' '할매' 시리즈 등 다수 다큐멘터리 제작. '할매-시멘트정원' '악사들'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지난해 '악사들' 전국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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