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영화는 소설, 단편영화는 시와 유사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은 진부한 수사에 지나지 않지만, 짧은 시간 안에 영화 세계를 담아내려는 시도가 압축과 정교한 표현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유효한 비유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 영화제에서 단편 섹션을 배치하는 것은 새로운 시선을 가진 감독을 발굴하고 영화의 미래를 가늠하는 장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국내 영화제는 장편과 단편을 모두 상영하지만 '부산국제단편영화제'와 '미장센단편영화제', '아시아나단편영화제'는 철저하게 단편영화만 상영한다. 서울에서 열리는 단편영화제가 미래의 상업영화 감독 발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면, 24일부터 닷새간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새로운 영화적 흐름에 충실하고 다양한 국가의 단편영화를 소개하며 단편영화만의 미학과 실험적 접근을 가늠하도록 한다. 단편영화에 대한 오해를 이야기하자면, 단편은 장편영화를 만들 여건이 되지 않는 젊은 청년에게만 허용된 형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최초의 영화는 1분도 채 되지 않았고, 점차 시간이 늘어나 20분 이상 단편이 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했다. 영화가 길어진 것은 1920년대 정착되었고 곧이어 표준 형태로 굳어졌지만 장뤼크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잉마르 베리만 등 위대한 감독들은 자신의 영화 경력을 단편에서 시작했다. 또 장편영화를 꾸준히 만들면서 필요에 따라 단편을 다시 제작하거나 옴니버스 형태로 대화하듯 만든 단편들도 뛰어난 표현과 미학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영화의 뿌리는 러닝타임에 국한되지 않는 기록과 관찰, 표현이라는 사실이 단편과 장편의 구분보다 앞선다.

두 번째 요즘 단편영화는 장편영화를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것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단편은 그만의 완결성과 자율성을 지닌다. 긴 호흡으로 만들어야 할 영화와 짧은 시간 안에 충실하고 풍부하게 담길 수 있는 영화는 애초부터 구분되기 때문이다. 물리적·경제적 여건 때문에 단편을 제작하기도 하지만, 단편의 내용과 이미지를 늘리고 반복한다고 저절로 장편이 되지는 않는다.

단편의 오묘한 재미는 독특한 인물과 상황, 강렬한 표현의 수위, 압축되고 복합적인 이미지와 서사 구조의 재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단편영화가 품은 세상은 길고 오랜 기간 바라보고 관찰하는 끈기보다 재기발랄한 유머로 드러내거나, 일상의 한순간에 맞닥뜨리게 되는 모순된 지점을 증폭시킬 수 있다. 상업적 고려에 의한 실험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무한대로 상상력을 뻗어 나갈 수도 있다. 사회 구조의 문제를 짧은 시간에 풀어내는 것도 단편이 가진 힘이다. 영화의 출발점인 단편영화를 통해 관객과 감독 모두 새로운 시각과 영화적 접근을 경험하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영화의 지형을 넓히길 바란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