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욕의 대형마트. 오늘날 이런 대형 식품 매장에서는 다양한 사람이 실로 다양한 물품을 짧은 시간 안에 구매한다. 이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고 풍경이다. 다른세상 제공

- 맛깔스런 580쪽의 음식 세계사
- 요리법·식재료의 발전 과정엔
- 세계 제국의 흥망성쇠부터
- 인간 사회의 지위고하가 담겼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저자는 굉장히 꼼꼼하고 철저한 연구자일 것"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탐식의 시대는 원제가 '요리와 제국(Cuisine and Empire)'이다. 이 책을 쓴 레이첼 로던은 음식과 정치, 음식과 역사, 음식과 제국에 관해 단순히 '폭넓고 해박하다'라는 표현으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폭넓음과 해박함을 보여준다.

장난스럽게 말하면, 음식과 제국의 역사에 관한 로던의 관심 자체가 '제국주의스럽다'고 할 만큼 거침없고 집요하다.

로던은 영국 태생으로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과학사-과학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프린스턴, MIT, 카네기-멜론, 하와이, 피츠버그대학 등에서 가르쳤고 1996년 멕시코로 옮겨 음식의 역사, 음식과 정치를 연구하고 있다. 이런 그의 이력은 음식과 제국이라는 연구 분야와 어딘지 어울린다.

그렇다면 580쪽에 이르는 두터운 책인 '탐식의 시대'는 어디를 향하며 무엇을 말하나. 이 책을 압축해 표현하면, 음식과 요리로 쓴 세계의 제국 그리고 주변 나라들의 역사다.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겠다'. 어떤 사람이 먹는 음식을 보면 그의 사회적 지위와 관계는 물론 정체성까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을 빌려와서 이 책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음식과 요리의 역사를 보라. 그 안에 세계 제국의 역사가 몽땅 들어가 있다'.

스위스의 '국민 화가' 알베르트 안케(1831~1910)가 음식을 그린 정물화.

저자가 먼저 주목한 것은 요리 그 자체. '요리는 음식을 부드럽게 해주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침팬지나 그들의 친척들처럼 음식을 씹는 데 하루에 다섯 시간씩이나 소비하지 않아도 됐다'.(12쪽) 이 작은 차이는 인간의 뇌를 키웠고,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종류의 음식재료를 활용해 살기 힘든 지역에 더 쉽게 정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인류의 탄생 자체가 요리와 절대로 뗄 수 없다. 본질이다.

이어 로던은 뿌리채소와 곡물, 이 가운데 특히 곡물에 주목한다. '대부분의 사회는 선호하는 두세 가지의 뿌리채소나 곡식으로부터 칼로리 대부분을 공급받았다'.(42쪽) 곡물은 오래 보관할 수 있고 갖고 다니기 좋고 영양이 풍부했다. 이런 대목이 있다. 로마 군대는 8명으로 구성된 1개 분대에 회전식 맷돌 하나가 필요했다. 보통 갈돌이 아닌 회전식 맷돌은 무겁고 비쌌지만, 효율이 높은 신기술어서 제국 전체에 퍼졌다. 로마 보병의 전투력은 훨씬 높아졌다. 역사가 조너선 로스는 이렇게 말했다. "로마의 군사적 성공은 종종 쇠보다는 빵에 의존했다."(118쪽)

제국이 생기고, 팽창하고, 생존하려면 전쟁은 피할 수 없다. 그 전쟁에서 음식과 요리는 불가분의 요소이며 본질이라 해도 좋다. 그러므로 음식과 요리로 세계를 볼 수 있다. 저자 로던이 보여주는 음식의 인문학이다.

자, 다음은 어떤 제국일까. 중국과 인도, 이슬람도 중요하게 다룬다. 현대도 다룬다. 우리와 친숙한 중국을 다룬 단원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폭넓은 자료를 인용했다. '예기' '논어' 같은 중국 고전부터 소동파 이야기와 음식재료에 대한 '깨알 설명'까지 방대하다. 다른 제국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