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우환 공간'(Space Lee Ufan). 낯선 이름이라고요. 다음 달 10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시립미술관과 벡스코 제2 전시장(신관) 사이, 해운대신도시와 광안대교를 잇는 고가도로 앞에 자리 잡았습니다. 전면을 검은색 유리로 장식한 2층 건물(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1400.83㎡)입니다. 총사업비 47억2000만 원이 들었지요. 뭐 하는 곳이냐고요.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79) 선생의 작품 전시 공간입니다. 1층 전시장은 조각, 2층은 회화 및 영상 작품으로 나눴어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 선생 작품 20여 점을 감상할 수 있지요. 이 선생이 직접 설계했고, 이 선생이 선뜻 내놓은 작품으로만 이뤄진 '이우환의 공간'이지요.

이우환이 누구냐고요. 요즘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현대미술 작가입니다. 세계적인 단색화 열풍의 중심에 있으며, 일본에서 동양 최초의 현대미술운동인 모노하(物派)를 이끌었고,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 파리 베르사유 궁전에서 전시회를 했지요. 그림이면 그림, 조각이면 조각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지요.

'이우환 공간'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요. '세계적 수준의 작품을 갖춘 이우환 공간 개장은 부산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라고 말씀드리지요. 서울 광주 대구에서 추진했지만, 결국 부산이 해낸 것입니다.

나, '이우환 공간'이 이곳에 들어선 연유는 이렇습니다. 2011년 초입니다. 옛 하야리아 부대를 부산시민공원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공원 내에 이우환 선생의 미술관을 건립하자는 안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선생은 이 제안을 보기 좋게 거절했습니다. 이 선생은 개인 이름을 내건 미술관을 싫어하셨지요. 이 선생을 설득하기 위한 수많은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드디어 2013년 5월, 일본의 이 선생 사저를 방문한 조일상 부산시립미술관장과 신옥진 공간화랑 대표에게 이 선생은 지금의 제 모습이 그려진 설계 도면을 내놓으셨습니다. 사실 이 자리는 공중화장실이 있었던 곳이에요. 이 선생은 고가도로가 옆으로 지나가고, 화장실로 쓰여 효용성이 떨어지는 땅에 문화의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고가도로의 병풍 역할을 자임한 '이우환 공간' 콘셉트는 '작지만, 힘이 있는 작업'입니다.

이는 제 이름이 바뀐 이유와도 맥이 닿습니다. 애초에는 시립미술관의 별관 개념으로 이우환 갤러리라고 했지요. '이우환 공간'은 건축과 미술품이 어우러진다는 의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일반 갤러리와 차별성도 강조하죠.

더구나 이 선생은 부산과 인연이 많습니다. 1936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이 선생은 중학교 시절을 부산에서 보냈습니다. 지금도 이 선생의 누님이 해운대에 살고 계시지요. 이 선생은 '젊었을 때 왕래하던 곳이고 제2의 고향으로 느낀다'고 말씀하십니다. '수구초심'이라고 할까요.

이 선생의 허락을 받는 과정도 어려웠지만, 공간을 꾸미는 작업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 선생은 건물 건립과 작품 설치를 위해 지난해 9월과 올해 1, 2월 세 차례 현장을 방문해 건물 높이 조정(1.8m 낮춤), 내부 벽체 이동, 마감자재 결정 등 세부적인 점검을 마다치 않았습니다. 이렇게 5년 동안 이어진 노력의 결과가 '이우환 공간'입니다.

미술로 도시 브랜드를 높인 대표적인 사례로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이나 일본 나오시마 이우환미술관이 꼽히지요. 2010년 개관한 이우환미술관에는 한 해 40만 명의 관람객이 찾고, 그 가운데 절반이 외국인이라고 합니다. 이우환미술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지만, '이우환 공간'은 이 선생이 직접 설계한 건물이므로 유일무이한 작품입니다.

부산 시민 여러분, 이제 '이우환 공간'에 자부심을 느껴도 좋습니다. 다음 달 10일 오후 3시 이우환 선생이 참석하는 개관식에서 제 모습을 공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