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미에르 형제가 대중에게 선보인 최초의 영화는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순간을 기록한 것이다. 그들은 공장에서 퇴근하는 노동자가 움직이는 짧은 지속의 순간이나 눈이 오는 날 자전거를 탄 사람이 미끄러지고 마을 어귀에서 눈싸움하는 아이들을 기록했다. 장 외스타슈는 뤼미에르에게서 자신의 영화적 뿌리를 찾았고, 자신이 속한 삶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므로 그가 만든 두 편의 장편극영화와 다큐멘터리, TV 영화는 그에게 각인된 시간에 대한 기록이자 외스타슈의 사적인 고백이다.
한쪽에 이야기나 사건이 카메라 앞에서 고안되고 펼쳐지는 영화가 있다면, 다른 쪽에 카메라 앞에 그냥 놓였을 뿐인 사물과 인물로 인해 영화적 기운이 생성되는 영화가 있다. 영화적 장치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 삶의 알 수 없는 순간이나 완결되지 않는 시간의 흐름 속에 그냥 던져진 영화들은 개인의 삶과 그 삶에서 불려 나온 기억의 세세한 부분들이 제시된다. 경험하고 증언하고 기록하는 이 카메라는 감독의 개인적 삶과 기억에 밀착한 곳에서 자신이 속했던 공간과 시간을 다시 경험한다. 외스타슈의 영화는 영화라는 매체가 해낼 가능성을 가장 간소한 방법을 통해 도달하는 과정에 놓여 있다. 즉 현재 살아가는 사람의 흔적과 희미한 빛을 더듬어 찾아내는 기억, 시간을 매만지고 다시 이어가는 손길의 감각이 존재하는 스크린이다.
지난 20일부터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월드시네마'에서 상영하는 외스타슈의 영화 '나의 작은 연인들'(1974)은 그의 행복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더듬어 가는 소년의 나날들에 대해 흔들리는 나뭇잎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소년들의 행렬, 극장에서 본 무수한 영화의 잔상으로 접근한다. '엄마와 창녀'(1973)는 68혁명을 겪은 세대의 일상과 연애의 어려움과 권태,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시간에 대한 거침없는 대화와 눈물이기도 하다.
68혁명을 겪은 감독들의 행보는 제각각이지만, 가장 혁명으로부터 멀리 나아간 사람이 외스타슈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매 쇼트마다 새겨 넣은 그의 인장은 생동하는 힘과 권태, 혁명의 구호와 구체적인 삶이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의 대답은 세상에 넘쳐나는 온갖 환상과 거짓에 대한 체념과 개인적인 시간으로의 침잠 그 중간쯤에 존재하는 것 같다. 가장 격렬한 시대를 살았지만, 자신의 시간과 기억에 더욱 깊숙한 시선을 던지고 추적한 그의 영화는 무엇을 볼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는 카메라의 시선을 고민하도록 인도한다. 사건과 제시의 방법으로부터 가장 멀리 가버린 그의 영화가 스크린에 투사되는 순간, 관객들은 그의 영화 안에 맺힌 사라진 존재에 대한 탄식과 그 순간 카메라에 담겼을 뿐인 사소한 기록이 '영화'로 되어가는 과정과 비로소 대면할 것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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