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아편전쟁. 중국의 목선은 증기기관으로 기동하는 영국의 현대식 해군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19세기 무렵 영국은 식민지 인도에서 재배한 아편을 만들어 중국에 팔았고, 이를 통제하려던 중국(청)과 충돌한 게 바로 아편전쟁이다. 전쟁까지 치른 이유는 따로 있다. 중국의 차(茶)를 수입할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영국 동인도회사는 200년간 중국에 아편을 팔아 받은 은으로 차를 샀다. 더욱이 당시 영국 국고 수입의 10%가 차의 수입과 판매에 매긴 세금이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이 같은 '악순환'이 언제까지 계속되지 않는다는 사실. 그래서 영국은 제1차 아편전쟁 이후 인도에서 차를 재배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인도의 히말라야 산간은 중국의 최고급 차 산지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인도에서 차를 재배하려면 가장 좋은 차 나무의 건강한 표본과 씨앗, 수백 년 묵은 차 제조공정 노하우 등을 입수해야 했다. 당연히 이들은 청나라의 국가비밀. 식물 채집자와 원예사, 도둑과 스파이를 겸한 사람이 필요했다. 동인도회사는 적임자로 로버트 포천(1812~1880)을 파견했다.

초목전쟁은 제국주의 극성기인 19세기에 영국과 중국이 양귀비(아편)와 동백나무(차)의 두 꽃을 둘러싸고 벌인 전쟁 이야기다.

포천은 중국 땅을 힘겹게 헤집고 다니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하게 이행했다. 결국, 영국은 중국에서 차 묘목을 빼돌렸다. 영국판 '문익점 사건'이었다. '포천이 중국에서 차를 훔친 것은 이 세상에 알려진 영업 비밀 도둑질 가운데 가장 큰 도둑질이었다. 그의 행동은 (…) 코카콜라의 제조법을 훔친 것처럼 대서특필 될 것'(303쪽)이었다.

이후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다. '포천이 더없이 귀중한 보물을 훔쳐갔다는 사실을 중국인들이 깨달았을 무렵에는 자기네가 입은 손실을 구제하기에 이미 여러 해가 지나 있었다. 그의 도둑질로 인해 차는 더 넓은 세계로 더 싼 가격에 확대 보급됐다. 포천은 사치품을 대중화했으며, 그 이후 세계는 줄곧 그것을 즐겼다'(283쪽).

이 책은 중국의 생물자원이 처음으로 서양에 소개되는 흥미롭고 중요한 사실도 소개한다. 당시 영국은 아프리카든, 아시아든 발 디디는 곳마다 부지런히 식물을 채집했다. 특히 '돈이 되는' 식물을 찾는 데 혈안이었다. 그 배경은 권력과 제국주의다. 이는 왜 영국에 식물원이 많은지, 런던 남부에 큐가든이라는 유명한 식물원이 있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큐가든에서는 전 세계 희귀식물을 구경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수집한 이국적인 식물을 대중에게 보여줌으로써 식민지 확보 전쟁의 성과를 선전할 수 있는 데다 군주의 권위도 만방에 내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책의 줄거리 사이사이에 펼쳐진 엔필드 소총과 '세포이의 반란'의 상관관계, 이에 따른 동인도회사의 몰락, 영국인의 음료가 독일 등과 달리 맥주에서 홍차로 바뀐 이유 등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부분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