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 스님이 오는 9일부터 시작하는 소민아트센터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작품 가운데 하나인 '소나무'.

- 호주 한인교포 1세대 쉼터인
- 정법사 내 문화복지원 위해
- 시드니 이어 부산서 특별전

'악필(握筆)은 붓을 손가락으로 쥐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 전체로 움켜쥐는 기법을 말한다. 글을 쓸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나는 악필을 고수한다. 전각을 통해 예술에 입문했고, 칼에 강한 힘을 주기 위해서 취하는 방법이 몸에 익은 것이다. 하지만 '악(握)'의 진정한 의미는 '여한 없이 쏟아 넣기'에 있다. 글을 쓰다 죽어도 한이 없다는 자세로 붓을 쥐어야 여한 없는 기운이 붓끝에서 나온다'.

선화로 유명한 통도사 문수원 수안 스님(사진)이 지난해 펴낸 책 '아름다운 선물'(문이당)의 한 구절이다.

수안 스님이 이번엔 더 큰 '아름다운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호주에 사는 한인 교포 1세대의 쉼터를 마련하고자 전시회를 연 것이다.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 부산 부산진구 소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시드니 정법사 불사 기금 조성을 위한 특별전-세계적인 선화가 수안 스님 작품 초대전'이라는 긴 이름의 전시회가 성사된 연유이다. 이에 앞서 시드니 체스우드 콘코스 미술전시관에서 1차 전시회(지난달 4~14일)가 열렸으며, 서울 나무갤러리에서 3차 전시회(오는 21~29일)가 이어진다.

정법사는 기후 스님이 회주인 통도사 말사로 조계종 오세아니아주 연락사무소로 지정된 해외포교 도량이다. 20여 년 동안 법당을 비롯한 5개 전각을 갖췄는데 이번에 연로한 교포 1세대의 버팀목 역할을 할 문화복지원 개원에 필요한 자금 모금에 수안 스님이 발 벗고 나섰다. 수안 스님은 체스우드 콘코스 행사 이후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으로 주립미술관에서 작품 시연을 했다.

부산 전시회엔 수안 스님 특유의 악필 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문수동자와 보현동자의 천진무구한 모습, 달마도, 일필휘지의 일원도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들 작품을 통해 수안 스님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달마도에서는 불법을, 동자상에서는 천진함을, 일원도에선 비움을 생각할 수 있겠지요." 수안 스님은 특히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낮추기가 쉬운 일입니까. 분명한 것은 어제 유감이 있으면 오늘 새로운 것이 안 온다는 점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수안 스님의 악필은 1989년 프랑스 전시회 때부터 시작됐다. 전각으로 시작된 예술혼이 발화한 것이다.

1940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수안 스님은 1957년 해인사에서 행자 생활을 시작했다. 시(詩)·서(書)·화(畵)·각(刻)에 두루 능한 수안 스님은 석정 스님을 스승으로 모셨다. 2012년 입적한 석정 스님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기능 보유자였다. 수안 스님에게는 또 한 분의 스승이 있다. '선'(禪)의 참뜻을 알게 해준 통도사 삼소굴 경봉 선사다. 경봉 선사는 수안 스님이 전각을 배우는 계기를 만들어준 분이다. "자네는 손끝이 매워서 괜찮을 것이라며 도장을 부탁했지." 그 이후 전각의 대가인 김광업 선생으로부터 12년을 배웠다. 당시 부산 중구 동광동에서 안과 의사로 활동하던 김광업 선생은 건축가 김중업의 형이다.

수안 스님은 지금도 '국민 모두의 심명(心明)을 밝히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화업을 이어가고 있다. 남북한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국민이 스승이 되어 세계인을 가르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의 010-3564-3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