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에 태어난 감독 중 존 포드와 조셉 폰 스턴버그의 회고전이 지난해 영화의전당에서 열렸고, 올해 킹 비더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그들은 영화의 탄생과 더불어 성장했으며, 영화가 어떤 체계를 갖추기 전 다양한 접근법과 시도를 통해 영화라는 매체의 법칙을 고안했다.

비더는 특히 그리피스로부터 시작된 멜로드라마의 전통을 새롭게 변화시켰다. 75년간 그가 만든 영화의 전통은 뉴스릴과 몽타주, 리얼리즘에서 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영화사의 시도와 흔적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회고전에서 상영하는 8편의 무성영화를 주목해야 한다. '와일드 오렌지'(1924)가 뿜어내는 표현주의적 기이함과 '빅 퍼레이드'(1925)가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성의 회복, '군중'(1928)이 보여준 대도시와 자본주의에서 부품으로 전락한 인간의 참담함과 실패, '쇼 피플'(1928)에서 멜로드라마와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비를 통해 당대 할리우드의 시스템과 영화의 근본적인 목적을 성찰하는 방식, '위대한 바들리스'(1926)의 꿈처럼 아름다운 무드를 지닌 사랑과 액션의 위용은 놓치면 후회할 영화다.

두 번째로 그의 모든 영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멜로드라마적 세계가 조율되는 방식이다. '군중', '챔프'(1932)에서 남성이 주인공인 멜로드라마의 사실주의적 시선과 '스텔라 댈러스'(1937)가 정수를 이룬 모성 멜로드라마의 세계, '비욘드 더 포레스트'(1949)와 '마천루'(1949)가 포착한 남녀의 욕망과 자신만의 삶의 방식에 대한 완고한 확신이 불러오는 패배의 지점도 관객의 마음 한구석을 서늘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남성의 실패와 징벌받는 여성이 대구를 이루는 '챔프'와 '스텔라 댈러스'를 함께 관람할 기회는 흔치 않다.

비더는 그리피스의 서사극과 멜로드라마에 심취했고 소비에트 몽타주의 편집과 실험을 자신의 방식으로 수용했다. 그는 땅을 비롯한 자연의 신비를 믿었고, 자연과 인간의 투쟁을 통해 실패하거나 깨달음에 이르는 영적인 노정을 중요시했으며, 도시의 삶을 다룰 때 인간을 황폐하게 만드는 자본의 힘에 대해 역설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낭만적인 사랑을 바탕으로 한 멜로드라마보다 당대 사회구조가 가진 결함과 인간의 고결함을 허용치 않는 냉혹함에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적인 시선으로 조망한 가족관계와 그들이 위치한 공간을 채우는 일상적인 제스처로 이루어진 사건은 모순을 폭로하는 보다 농밀한 장치이자 전복적인 메시지를 드러내는 방식이 된다.

오랜 시간 관객에게 잊힌 이름 킹 비더의 세계는 사실주의와 모더니즘이라는 두 흐름이 영화 안에서 어떻게 이어지거나 찢겨 나가 각자의 영토에 도달하는지 가늠할 수 있도록 인도하므로 영화사의 사건이라고 불릴 만한 경험을 제공한다. 비더의 영화를 놓치지 말자.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