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MBC '나가수3' 방송화면 캡처

기성 가수들이 뜨거운 노래 대결을 펼치는 MBC TV의 '나는 가수다3'(이하 나가수3)를 유심히 보면 비밀이 하나 숨어 있다.

출연 가수들이 유선 마이크를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에서 만난 '나가수3'의 정지찬(43) 음악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소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무선 통신장비는 디지털 방식으로 특정 신호만 끊어서 비슷한 형태로 송출하기때문에 아날로그같이 밀도 있게 좋은 소리가 나기 어려워요. 전화기도 무선보다는 유선 전화기가 더 소리가 좋아요."

정 감독은 "유선을 쓰면 그림이 예쁘지 않을 수 있는데 연출진이 유선을 쓰자는제안을 다 수용한다"면서 "다만 가수들이 관객과 가까이 호흡하거나 분위기를 띄워야 할 때라든지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무대에서는 무선을 쓴다"고 설명했다.

'나가수3'의 전체적인 음악적 완성도를 책임지는 정 감독은 1996년 제8회 유재하가요제 대상을 받고 가요계에 데뷔한 가수이기도 하다.

휴, 주식회사, 원모어찬스 등으로 활동한 정 감독은 지난 2011년 시즌1 음악감독을 맡은 이후 시즌3까지 인연을 맺고 있다.

"소리와 관련된 부분은 정 감독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나가수' 연출자 강영선PD의 말에 "저는 심부름꾼"이라고 겸손함을 보인 정 감독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먼저 가수들, 편곡자들과 함께 음악적 견해를 조율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이고,경연 이후 시청자들이 현장의 감동을 최대한 공유할 수 있도록 녹화분의 후반 작업을 하는 것이 두 번째 임무다.

현재 다른 일은 제쳐놓고 '나가수3'에 전념한다는 정 감독은 "경연이 끝나고 좀쉬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다음 주를 위한 편곡 작업이 시작된다"면서 웃었다.

정 감독이 이같이 '나가수' 애착을 보이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품었던 오랜 꿈 때문이라고.

"어릴 적 MTV나 그래미상 시상식처럼 외국 음악 프로그램을 볼 때면 라이브인데도 어떻게 저렇게 깔끔한 소리가 나올까 하고 감탄했었죠. 그런 소리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정 감독은 "가수들이 방송에 출연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공연하는 느낌을 받게 해줘야 한다"면서 "시청자들에게도 TV 화면으로 봐도 공연장에 온 듯한 느낌을 전해주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고 설명했다.

'나가수' 경연은 상암 MBC 공개홀에서 진행된다. 이곳은 공연장이기도 하지만 녹음장, 야외 스튜디오이기도 하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면 깔끔하지만 꽉 막힌 듯한 소리가 만들어진다. 라이브가 주는 감흥을 끌어내기 어려운 환경인 셈이다.

그래서 "꽉 막힌 소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라이브 소리도 아닌, 중간접점을 찾고자" 고민을 거듭한다는 것이 정 감독의 설명이다.

유선 마이크를 쓰는 것도 그러한 고민에서 나온 방책인 셈이다.

정 감독은 자신의 목표였던 "(주한미군방송인) AFKN을 듣는 것 같았다"는 댓글을 최근 온라인에서 발견했을 때 가장 뿌듯했다고 털어놓았다.

정 감독은 음악감독이 아닌 가수로 경연에 참여하면 몇 위를 할 것 같으냐는 물음에 "꼴등을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옆에 앉은 강 PD는 KBS 2TV '불후의 명곡' 등 비슷한 프로그램과 비교해달라는 요청에 "음악적 질만큼은 국내 어떤 TV 프로그램보다 좋게 만들겠다는 자세로 일하고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나가수'가 더 예능화할 것인지, 더 음악화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었는데 음악의 길을 선택했어요. 예능적 장치는 예전보다 밋밋할지 몰라도 음악 프로그램의 질은 더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출연한 음악인들의 음악을 최고 질로 전하는 것이 저희 연출 방향입니다."(강영선 PD)

강 PD는 이어 "제작비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면서 "그래도 음향 예산은 손대지 않고 다른 부분에서 많이 절감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나가수' 점수를 매기는 청중평가단이 고음 가수에 유난히 후한 평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강 PD는 이에 대해 "고음도 음악 일부분이고 청자에 어떻게 전달되느냐 하는 부분도 중요한 포인트인 만큼 굳이 고음을 피해야 할 이유는 없다"면서 "고음을 엄청난 솜씨로 실현하는 분만 상위권을 받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