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권 상임위로 이관 추진
- 실행 땐 까다로운 심의 가능
- 최근 유사사례, 우려 가중

최근 부산시와 갈등을 빚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또 하나의 암초를 만났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영화상영등급분류 면제추천 조항 개정을 추진하면서 BIFF 상영작을 검열받게 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29일 영진위와 영화계에 따르면 영진위는 최근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제29조 제1항 단서조항 '영화상영등급분류 면제추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기로 하고 다음 달 5일 정기회의(상임위)에서 이를 결정한다. 영진위 사무국이 결정하던 면제추천권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상임위로 이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영화상영등급분류 면제추천에 관한 규정'은 영진위의 추천을 받은 영화제(영화 행사)의 경우 영화상영등급분류를 면제해주는 것이다. 추천 대상은 3회 이상 개최된 동일 성격의 영화제 등이다. BIFF 역시 면제추천 대상이어서 그동안 관객은 영화상영등급을 받지 않은 국내외 화제작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BIFF가 면제추천 대상에 포함된 이후 여기서 제외된 적은 없었다.

영진위가 해당 조항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 22~27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2015 으랏차차 독립영화'영화제 면제추천 논란 때문이다. 영진위는 영화제 측이 영진위에 신청한 내용(영화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영화 3편 상영)과 달리 상영편수가 11편으로 밝혀지자 신청자 과실을 이유로 면제추천을 취소했다. 하지만 영화계는 상영작 중 정부 비판 내용의 영화가 포함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영화계는 술렁이고 있다. 특히 이번 조항 개정이 확정돼 면제추천권이 상임위로 넘어가면 영화제 상영작을 일일이 확인, 심사하는 사실상 검열이 이뤄질 우려가 커진다. 영화계 관계자는 "서류만 내면 자동으로 면제추천을 받을 수 있던 것이 각계 인사로 구성된 상임위의 까다로운 심의를 받게 되는 것이라 면제추천 조항이 개정되면 이를 악용해 영화를 걸러낼 수 있다. 검열을 교묘하게 포장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최대 영화제인 BIFF 역시 걱정이다. 한 해 300편가량 영화를 트는 BIFF는 면제추천 조항 개정으로 등급분류 기간이 늘어날 경우 영화제 준비에 차질을 빚을 뿐만 아니라 상임위에서 상영작을 문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BIFF 관계자는 "어쨌든 물리적으로 시간이 더 걸려 영화제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 국내진흥부 주성충 팀장은 "영화상영등급분류 면제추천 심사를 더 잘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심사를 맡기는 것일 뿐이다. 제출 서류 등은 바뀌지 않으므로 영화제에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