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부산 금정구 회동동 연습실에서 우남밴드 멤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호섭 김준학 변준석 박창수 박영오 이동문 씨.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등산모임 멤버 고교동창 5명
- 2012년 의기투합해 밴드 결성
- 생업 병행해가며 연습에 매진

- "첫 무대엔 안정제 먹고 올라
- 멤버교체 없이 실버밴드까지
- 언젠가는 앨범도 내고 싶어"

지난 23일 오후 부산 금정구 회동동 내 한 제조업체 창고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건장한 체격의 남성 6명이 곡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직장인밴드인 '우남밴드' 멤버. '우남'이란 "벗 우(友)에 사내 남(男)'을 써서 우정을 가리키기도 하고 '우리는 남자다'라는 뜻도 갖고 있다.

6명 중 가장 어린 멤버를 제외하고는 이호섭 변준석 박창수 이동문 김준학 등 5명이 1967년생으로 부산 낙동고 10기 동기들이다. 건설업, 제조업, 보험업, 사진작가, 자영업 등 각자 다른 업계에서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리더와 기타를 맡는 이호섭 씨는 "친구들과 등산모임을 계속 이어 왔는데, 2012년 3월께 음악밴드를 만들자는 의견에 모두 적극적으로 찬성하면서 의기투합하게 됐다"며 밴드 결성 배경을 설명했다.

그때부터 밴드 결성 계획이 착착 진행됐다. 고등학생 때 밴드를 만들 만큼 실력을 갖춘 이호섭 씨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변준석-드럼, 박창수-보컬, 이동문-베이스, 김준학-기타 등 각자 하나씩 악기를 맡아 학원에 다니는 등 개인연습에 돌입했다.

우남밴드의 연습 장면.

그해 9월께에는 제조업을 운영하는 변준석 씨가 창고 건물을 지으면서 한 쪽에 75㎡ 규모의 연습실도 마련해 첫 연습을 시작했다. 막내로 타악기인 퍼커션을 맡는 박영오 씨는 6개월 전 뒤 늦게 합류했다. 박창수 씨는 "우리 연령대의 남자들은 누구라도 밴드, 악기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을 것"이라면서 "30대까지는 일에, 사회생활에 매여 가슴 한 쪽에 접어놓았던 꿈을 이제야 펼치게 됐다"고 소개했다.

첫 무대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2013년 3월 경남 김해 문화의전당의 직원 정기공연 때 게스트로 참여하게 된 것. 유투의 '원', 들국화의 '행진' 등 3곡을 불렀다. 박창수 씨는 "공연 한 달 전부터 하루 5~6시간을 연습하는 데 할애했다. 그런데도 너무 긴장돼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같은 해 9월에는 대안미술공간인 '아트스페이스 배'의 오픈스튜디오 공연과 지난해 10월 자선콘서트 '동행'에서는 오프닝 무대를 책임지기도 했다. 이호섭 리더는 "우리 연령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도 어려워 한 달에 2~3차례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 그래도 실력이 많이 늘어난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연말에는 등산모임을 같이 했던 다른 친구들과 그 가족이 모두 모여 '송년음악회'를 가졌다. 흔한 술자리가 아닌, 우남밴드의 공연은 물론 가족이 모두 참여해 첼로, 노래, 바이올린 등 저마다의 장기를 선보였다. 변준석 씨는 "몇 년 전 첼로를 사들여 배웠는데 혼자 하다 보니 얼마 하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바람에 자녀들에게 얼굴이 서지 않았다"며 "밴드를 하면서 아이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어깨를 으스댈 정도"라고 웃음을 지었다.

이들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열릴 콘서트 '동행' 무대에 또 오를 예정이다. 또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앨범 발매 계획도 갖고 있다.

이동문 씨는 "30년을 알고 지내다 보니 서로의 장단점을 너무 잘 알고 있어 싸울 일이 없다. 멤버 교체 없이 늙어서까지 마음 맞춰 할 수 있다는 게 우리 밴드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60대가 되면 그때는 '실버밴드'로 활동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