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사진) 집행위원장에게 '사퇴'할 것을 압박하면서 BIFF가 혼란과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시의 움직임이 지난해 제19회 BIFF 당시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빚어진 갈등 탓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와 관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문화예술계 인사에 대한 '찍어내기식' 접근이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25일 부산시와 BIFF 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시 고위 관계자는 지난 23일 이 집행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시의 지도점검에서 지적된 사항이 많고 BIFF의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며 "이 집행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비롯한 인적 쇄신 방안을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사퇴 요구다. 이 집행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영화계와 문화계는 시의 지적 사항이 중대한 수준이 아니고, 'BIFF의 새로운 비전' 또한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다이빙벨' 상영 문제가 실질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상황을 다룬 '다이빙벨'을 지난해 영화제 때 시가 상영하지 말라고 요구했으나 영화제가 자율성 존중을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정치적 사유로 민간 예술축제 집행위원장의 거취를 간섭하는 시의 행위에 대해 영화인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지역 7개 영화 관련 학과 교수로 이뤄진 부산영화학과교수협의회는 27일 모임을 하고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촉구하는 성명을 낼 예정이다. 부산영화평론가협회와 부산독립영화인협회도 이번 주에 모여 의사를 표현할 계획이다. 서울에서도 영화인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우필름 이준동 대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 집행위원장을 기어이 몰아낸다면 나우필름이 제작하는 영화는 부산영화제에서 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지역 문화인은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선임 때도 시는 편협하고 이념적으로 접근했는데, 그런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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