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션캡처' 장비를 이용해 배우의 동작을 그래픽으로 만드는 장면.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영화 '감시자들'에서 황반장(설경구)이 범인을 잡기 위해 작전 지시를 내렸던 곳은 다름 아닌 달리는 차 안이었다. 덜컹대는 차에서 어떻게 안정적인 연기를 펼칠 수 있었을까. 비결은 '실제사면촬영시스템'이었다. 360도 사방에 카메라가 달린 실제사면촬영시스템으로 서울 테헤란로 거리를 촬영한 뒤 배우들의 연기 장면과 결합해 흔들리는 차 안에서 촬영한 듯한 느낌을 살려냈다.

올해 첫 1000만 영화 기록을 세운 '국제시장'에서 입이 딱 벌어졌던 장면인 흥남부두 피란 모습을 떠올려 보자. 수십만 명의 인파가 배를 타기 위해 밀려드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영화팀은 '모션캡처' 장비를 동원했다. 모션캡처 수트를 입은 배우가 피란민을 연기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몇 가지 동작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수백 개씩 붙여 순식간에 거대한 피란 행렬을 만들었다.

'감시자들'과 '국제시장'에 동원된 첨단 장비는 부산영상위원회(영상위)의 '부산3D프로덕션센터 디지털베이-버추얼 스튜디오'에서 가져다 쓴 것이다. 한국영화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는 컴퓨터그래픽(CG)에 버추얼 스튜디오가 한몫을 해내고 있다.

영상위의 버추얼 스튜디오는 가상현실을 구현해 실제 촬영한 듯한 효과를 내는 기술력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모션컨트롤카메라, 테크노집, 실제사면촬영시스템 등 첨단 장비를 이용해 실제 촬영 장면과 배경 화면을 결합해 전혀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 낸다. 2011년부터 매년 국·시비 20억 원씩 총 100억 원을 투입해 최첨단 장비를 구비했으며, 이 같은 시설을 갖춘 곳은 아시아에서 유일하다.

지난 4년간 장비 구축과 기술력 향상에 집중했던 영상위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영화·드라마팀과 작업하며 다양한 장면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영화 '해무' '기술자들' '슬로우비디오' 등과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등에서 버추얼 스튜디오의 장비를 활용했다. 최근에는 최동훈 감독의 '암살'과 조성희 감독의 '명탐정 홍길동'이 버추얼 스튜디오를 통해 주요 장면 촬영을 끝냈다. 버추얼 스튜디오 대여 실적을 2012년 3회(4000만 원)에서 2013년 6회(7100만 원), 지난해 19회(1억3400만 원)로 매년 크게 늘고 있어 영화계의 관심이 높음을 보여준다.

버추얼 스튜디오의 장점은 제작비와 촬영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굳이 국내외 로케이션을 다니지 않아도 다양한 장면을 만들 수 있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국내 영화계가 아직 버추얼 스튜디오 기술을 생소해 한다는 점, 그리고 영화팀이 만족할 만큼 기술력도 쌓아야 한다. 장비 가동을 위한 준비에 24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한다면 버추얼 스튜디오 시스템을 보여줄 전용 공간도 필요하다.

영상위 김우영 버추얼 스튜디오 촬영장비 담당은 "올해로 버추얼 스튜디오 장비 구축이 끝난다. 그동안 장비를 갖추는 데 신경 썼다면 올해는 영화계와 협업해 다양한 장면을 만들고 그것을 3D 아카이브에 저장해 많은 DB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