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화장실 옆칸 검정구두 발견
- 괴물이 산다는 소문 전교에 퍼져

- 결국 학생들 괴물 퇴치작전 돌입
- 서로 의견 존중하며 용기 북돋워

- 어른들도 아이들 문제 적극 동참
- 과잉 보호하는 요즘 부모와 대조

퀴퀴한 냄새가 나는 데다 찬바람이 숭숭 들어와 몸이 덜덜 떨리는 그곳. 바로 학교 화장실이다. 걸핏하면 물웅덩이에 발이 빠지고 운이 나쁘면 양말까지 젖어 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화장실에 몬스터가 나타났다?

초등학생인 주인공 반다는 수업시간에 화장실에 갔다가 옆칸에 누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칸막이 아래쪽 틈새를 살피다가 위압적으로 보이는 커다란 검정 구두를 발견한다. 깜짝 놀란 반다는 교실로 돌아가 짝꿍인 페데리카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페데리카 역시 화장실로 달려가 난생 처음 보는 커다란 검정 구두에 잔뜩 흥분해서 돌아온다. 쉬는 시간 반다네 아이들은 모두 이 사실을 알게 되고 3층 여자화장실에 대한 소문은 괴물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무시무시하게 부풀려진 채 전교생에 퍼져 나간다.

이제 화장실이 두려워진 아이들은 학교 화장실에 가지 않기 위해 급기야 물이나 음료를 마시지 않기 시작한다. 하지만 더는 참을 수 없게 된 아이들은 직접 괴물을 물리치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선생님을 제외한 전교생이 체육관에 모여 몬스터 퇴치작전 짜기에 몰두한다. 이들은 과연 화장실 몬스터를 물리칠 수 있을까.

화장실 몬스터는 화장실에 나타난 커다란 검정 구두에서 비롯된 의문과 두려움이 아이들의 기발한 상상력을 통과하면서 엄청난 소문으로 부풀려졌다가 뒤에 웃지 못할 괴물 퇴치작전 소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누구나 어릴 적 가졌을 만한 학교 화장실에 대한 불편한 기억을 소재로 아이들의 솔직한 속내와 허무맹랑한 '소문'이 어떻게 시작되고 퍼지게 되는지를 재치있게 그려냈다.

또 하나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이 소동을 대하는 아이와 어른의 태도다. 반다는 장학관에게 화장실 문제를 알리고 개선을 요구할 정도로 적극적인 아이다. 그리고 괴물 퇴치를 위해 아이들의 의견을 모을 때 사소하거나 엉뚱한 의견도 무시하거나 허투루 대하지 않고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 준다. 또래 친구가 의견을 낸 아이를 타박할 때도 '아주 좋은 의견'이라며 용기를 북돋워 준다. 반다의 이런 태도에 아이들은 더는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열성을 보인다. 이런 모습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오답이라 해도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장학관을 포함한 어른들 역시 아이들의 행동을 제지하기는커녕 지켜보며 도와주고 존중하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존중하고 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립심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깔렸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캥거루 맘' '헬리콥터 맘' 등으로 불리며 아이를 과보호하려는 요즘 부모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교육과 양육의 태도가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