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악사들'의 김지곤 감독이 영화의전당에 붙어 있는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 한물간 악사들 음악인생 이야기
- 출연한 아버지 밴드 '우담바라'
- 음악활동 더 많이 알려졌으면…

'산복도로 할매'에서 '거리의 악사'로 카메라가 바라보는 대상은 달라졌지만, 꿈을 좇으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을 향한 감독의 따뜻한 시선은 그대로다. 김지곤(32) 감독이 두 번째 장편 다큐 '악사들'로 관객을 찾았다.

"개봉(지난 4일) 전 시사회를 했는데 처음엔 갸우뚱하던 관객들도 우담바라의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에 박수를 보내더군요. 유명인이 출연하지도, 자극적인 소재도 아니지만, 관객과 닮은 듯한 주인공들의 모습이 공감을 얻은 것 같아요."

'악사들'은 평균 나이 60세인 5인조 밴드 '우담바라'의 음악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1970년대 색소폰 연주자로 활동했던 혜광 스님이 당시 나이트클럽에서 활동했던 베이시스트 이승호, 드러머 이현행, 기타리스트 이정수, 건반 주자 박기태 등을 모아 밴드 활동을 재개한다.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밤새 악기를 두드렸던 20대의 그들은 어느덧 스님, 나이트클럽 연주자, 렌털가게 사장 등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천성인 딴따라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모인 우담바라는 영도다리, 중앙동 40계단 등에서 연주를 들려준다.

"2011년 지인의 소개로 우담바라를 알게 돼 촬영을 시작했어요. 부산영상위원회 영화제작 지원을 받긴 했지만 제작비가 부족해 완성하기까지 4년이 흘렀네요."

이 영화의 미덕은 무명의 밴드가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는 여정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면 관객은 어느덧 그들의 무대를 응원하게 된다.

"우담바라 멤버들이 제 아버지뻘 되세요. 처음에는 촬영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는데 어느 순간 그분들과 교감하며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음악과 열정에 감동한 것이지요. 영화를 통해 우담바라의 음악 활동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영화의전당 요청으로 상영했던 '할매-시멘트 정원'과 달리 '악사들'은 처음부터 극장 개봉을 염두에 뒀던 작품이다.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후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배급 비용을 마련했는데 개봉관(전국 14개) 잡기가 정말 힘들더군요. 관객과 많이 만나고 싶어 상영관을 일일이 찾아다니고 있는데, 심야시간대 편성되어 허탕 치기도 일쑤고요."

그는 계속해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산복도로 할매 연작 다큐멘터리와 별개로 베트남을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극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도 쓰고 있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