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인문학자, 인문단체가 부산 원도심과 우리 시대 공존 능력에 관한 고민을 책으로 풀어냈다. 전자는 정성스럽게 잘 구워낸 페스트리 빵처럼 부산 원도심의 결을 한겹한겹 벗겨가며 훑었고, 후자는 이 시대 우리 사회의 공존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고뇌하는 소박한 성찰을 모았다.

'부산 원도심은 페스트리다'(소요-You)는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이 2012~2013년 2년 동안 진행한 시민강좌 '원도심 셰르파 아카데미'의 결과물이다. 그동안 원도심에 관한 논의는 많았지만, 직접 다룬 책은 많지 않았다. 이에 강영조, 구모룡, 김동규, 김만석, 차철욱 등 연구자 14명이 역사, 문학, 철학, 문화를 넘어 건축과 도시공간, 문화인류학, 대중음악 등을 넘나들며 부산 원도심의 면면을 조명하고 있다.

부산 원도심은 근대와 전근대 그리고 후기 근대와의 각축이 여전히 첨예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일제 강점기 상황, 중국과 러시아 흔적, 베트남 파병의 흔적, 전쟁 상흔이 얽히고설켜 있는 결을 간직한 천혜의 인문 공간이다. 이 결을 풀기 위해 책은 원도심의 형성과 진화, 보수동 책방골목, 부산의 항구와 다방, 근대 부산의 3대 공원 등으로 도시의 가시성을 살핀 후, 해항도시 부산을 보는 시선과 가요로 보는 부산 원도심을 통해 부산에 스민 다양한 정신을 담았다. 중층의 결이 한 올 한 올 살아있는 원도심의 비밀을 풀어나가고 있기에 이 책은 부산 원도심을 잘 구워진 페스트리라고 부른다.

'공존이라는 모험'(소요-You)은 인문학 북카페 백년어서원에서 발간했다. 부산의 여러 인문단체가 만든 '부경인문네트워크' 참가자 36명이 '공존'을 주제로 생각을 모았다. 저자들은 스스로를 '개똥철학자'라고 부른다. 연령도 계층도 다양한 평범한 시민들이 '함께 사는 일'을 고민해보자는 게 취지이다.

책에서는 끊임없는 '왜'와 '어떻게'가 반복된다. 공존은 곧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지구 어느 나라보다 '우리'라는 단어를 즐겨 쓰는 민족인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잃고 있다는 사실이 두렵고 쓰리다고 밝힌다. 책은 자연과의 공존, 문학적 에세이로 우리 자신 진단, 세월호와 밀양사태 등 공존에 필요한 실천적 요소 깨닫기, 우리 사회 시스템 비판, 생활 속 공존 성찰 등으로 엮었다. 개똥벌레의 빛이 서로에게 길이 되어주려는 것처럼 타자를 고민하는 작은 힘에서부터 공존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