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테로토피아'를 옮긴이에 따르면, 헤테로토피아(heterotopie)는 'heteros'(다른)와 'topos'(장소)를 합쳐 만든 신조어로, 동일한 의미로 환원되지 않는 독특한 장소들을 의미한다. 의학 용어로는 '이소성'(異所性)으로 번역되는데, 신체 부위나 기관이 비정상적 자리에 있는 '위치 이상'을 가리킨다.

저자인 미셸 푸코는 이런 장소성의 원리에 대해 역사적으로 다양한 헤테로토피아가 구축되어 왔음을 강조한다. 장소들을 아주 새로운 방식으로 전유하는 것이 가능하며, 양립 불가능한 복수 공간을 나란히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고, 대개 시간의 분할 속에 다양한 고유성이 표현될 수 있다고도 말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것을 고립하는 동시에 침투할 수 있게 만드는 열림과 닫힘의 체계가 건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인문학은 이렇게 개념적으로 정리해도 어려운 부분이 있는 까닭에, 이 헤테로토피아를 우리의 신체 '배꼽'에 비유해 생각해보자. 우리 신체에 대해 유토피아적인 것을 상상할 수 있다면 배꼽은 우리에게 모든 자양분을 공급했던 어머니의 뱃속 중심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탯줄로부터 절단된 뒤의 배꼽은 우주의 중심도, 나의 중심도 아닌 일종의 상흔일 뿐이다.

이러한 배꼽과 같은 장소들에 대해 이 책은 다락방, 어머니와 아버지의 침대, 정원, 휴양촌 등 안주할 수 없으나 머무를 수 있는 독특한 장소들을 설명한다. 사창가, 묘지, 감호소 등은 우리 삶의 가장 바깥을 구성하는 장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저자는 현실에 펼쳐진 이 독특한 헤테로토피아를 '배'에 비유해 설명하기도 한다. "배, 그것은 전형적인 헤테로토피아이다. 배 없는 문명에서는 꿈이 고갈되고, 정탐질이 모험을 대신하며, 경찰이 해적을 대체하고 마는 것이다." (58쪽)

헤테로토피아의 의미와 다르게 현실적인 유토피아를 동일화하고 획일화한 호모토피아(Homotopia)적 원리 속에서 찾는다면, 우리의 국가와 가정, 직장 등이 나의 삶을 안락하게 만드는 공간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동일성의 구성력은 오히려 수많은 일탈의 헤테로토피아를 구성하게 한다. 요양소, 정신병원, 감옥 등 장소가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우리는 전래동화에서 국가에서 일탈한 자들이 산적이 되고, 해적이 된 이야기를 들었다. 이 산적과 해적들은 평균의 요구, 아니 평균 이상으로 수탈하는 국가의 제도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공동체를 구성했던 자들이다. 그들도 무력을 행사하는 조직이기에 군대나 행정조직과 다름없는 상하관계로 구성되었다고 상상한다면 앞서 말했던 '배'를 국가로 오인하는 호모토피아적인 사고 안에 갇히게 된다.

모험과 꿈의 장소로써 이러한 배는 이질적인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자들만의 약속에 의해 닫힌 체계가 되며, 가난하지만 삶의 모든 것을 매일 나누어 가짐으로써 열린 축제의 공간이 된다. 그래서 사유지가 없는 노숙자들도 이 삭막한 도시의 빈 공터에 머무르며, 그들만의 축배를 들고, 길고양이가 그들에게 아무것도 배분된 것이 없는 인간의 장소에 머무르며 삶을 영위한다.

이제 인문학도 대학이라는 중심의 탯줄이 메말랐기에, 비루한 옥상과 지하의 한편에서 비정상적이고 다양한 배꼽들, 그 장소성에서 자라나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