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조할아버지 유지 받들어
- 금강송 숲 지켜온 가족 통해
- 숭례문 화재부터 복원 조명

- 개인보다 나라 생각하는
- 가족 이야기 훈훈한 감동

2008년 2월 10일은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타버린 날이다. 불타고 있는 숭례문의 모습은 TV 방송으로 전국에 생중계되며 우리나라 사람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처음에는 전기 누전 등으로 인한 화재라고 보도되었지만, 흰색 항공점퍼를 입은 사람이 사다리를 타고 철장을 넘어갔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이어지면서 방화사건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유는 황당했다. 방화범은 자신이 갖고 있던 토지 보상 문제에 불만을 품어 이와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의 상징은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불길에 휩싸였다. 폐허로 변해버린 숭례문을 보는 국민의 마음도 시커멓게 타버렸다 .

숭례문 할아버지는 숭례문이 불타던 순간부터 복원하는 과정을 담았다. TV·신문의 뉴스 같은 방식이 아니라, 대를 이어 금강송을 지켜온 한 가족의 모습을 조명한다. 주인공 대한이의 고조할아버지는 숭례문을 지키던 수문장이다. 대한이 가족의 숭례문 사랑은 각별하다. 특히 할아버지에게 숭례문이 불탔다는 소식은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다. 대한이의 할아버지는 궁궐을 새로 짓거나 보수할 때 쓰이던 금강송 숲을 지키고 가꾸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대한이의 고조할아버지는 증조할아버지에게 금강송을 잘 가꾸어 놓으면 언젠가는 쓰일 날이 올 것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할아버지는 그 유언을 받들어 금강송 숲을 지켜왔다. 하지만 어느 날 밤, 도벌꾼들이 할아버지가 애지중지 지켜온 숲의 나무를 베어 갔다. 도벌꾼들을 쫓아가던 아버지는 바위틈에 끼이고, 할아버지는 크게 다쳤다. 대한이의 재빠른 신고로 도벌꾼은 붙잡았지만, 할아버지는 금강송 아래 묻혔다.

몇 달 후, TV에서는 숭례문 복원 등에 금강송 20그루가 사용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할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시기 전에 금강송을 기증한 상태다. 나라에서는 금강송을 베어 가면서, 할아버지가 매장된 곳의 '할아버지 금강송'도 베어 갔다.

'할아버지 나무'로 복원된 숭례문을 보는 대한이의 가슴은 벅차다. 숭례문 기둥을 껴안으면 마치 할아버지 품에 안기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개인과 가문의 명예보다 나라를 더 생각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훈훈한 감동을 준다. 자신이 평생 지켜온 금강송 나무를 불타버린 숭례문 복원을 위해 선뜻 기증하는 대한이 할아버지의 노력이 교훈으로 다가온다. 문화재를 온전하게 지켜 후세에 전하는 것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당연한 의무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