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버드생 100명 집단 커닝
- MS 기술개발서 뒤처진 10년…

- 등수 매기기와 보상이
- 창조·혁신 이끈다 믿었지만
- 과도한 경쟁은 부작용만

'형제, 자매, 남매'. 심정적으로 이 말은 마지막까지 의지할 피붙이와 동의어로 와 닿는다. 하지만 그 이전에 강력한 생애 첫 라이벌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둘째는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라이벌이 하나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까.

으레 가볍게 넘기는 '형제간 경쟁'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미국의 대표적 여성작가 앨리스 워커('컬러퍼플'로 퓰리처상 수상)는 오빠가 쏜 비비탄에 맞아 한쪽 눈을 잃기도 했다.

우리 사회는 '승자 아니면 패자'라는 잔인할 정도로 간단한 구도 안에 갇혀 있다. 누구도 경쟁 외에 다른 동기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경쟁을 마치 종교처럼 맹신했으며, 경쟁이 놀라운 효율과 경제 발전, 그리고 무한한 창조성과 혁신을 가져다주리라 기대했다. 과연 그랬을까.

경쟁의 배신은 단연코 아니라고 확신한다. 대신 우리는 부정부패, 사회적 역기능, 환경파괴, 낭비, 환멸 등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경쟁이 심해질수록 불평등 또한 심해져 갔음을 조목조목 파헤쳐 나간다. 책은 과학, 언론, 기업을 비롯해 교육, 결혼, 스포츠, 종교, 건축 등 우리가 속한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어떤 모습을 양산하는지 광범위한 사례와 실제 인터뷰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인간의 경쟁적 본성이 시작되는 가정에서부터 거대한 현대식 전쟁터로 변한 뉴욕의 월스트리트까지 저자는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모두가 왜 이렇게 경쟁에 내몰린 삶을 살게 되었는지와 그 근본적인 원인도 날카롭게 통찰하고 있다.

지난해 초 하버드대학교에서 10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자퇴 권고가 내려졌다. 집에 가져가서 푼 시험에서 똑같은 답안지가 제출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학생들 동기를 유발하고 성취도를 높여줄 것이라 믿었던 시험, 외적 보상, 등수 매기기 등이 어떻게 학생들의 창조성을 죽이고 의욕을 빼앗아가는지 각 실험 및 연구 결과와 인터뷰를 통해 증명해 보인다. 또 과잉 경쟁에 못 이겨 학생들이 저지르는 커닝, 표절, 약물 복용 등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교육계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보내는 박수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원래의 스포츠 정신은 사라지고 순간의 승리를 위해 약물, 조작, 부상 등을 감내하는 현실에서 그들이 얻은 게 과연 무엇인지 의문을 제시한다. 미국의 미식축구 선수가 뇌진탕에 걸릴 확률이 75%나 되는 등 잔인한 경쟁만이 남은 스포츠가 선수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혀가 내둘러진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10년 동안 진정 혁신적이라 할 만한 기술개발에 실패한 원인도 과도한 경쟁 때문이며, 크라이슬러 빌딩이 높이 경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등도 소개한다.

저자가 경쟁의 진실을 좇아 런던, 뉴욕, 대만, 싱가포르, 핀란드 등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경쟁이 왜 행복의 대안이 될 수 없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실마리를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