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부산문화, 관변의 시대로 퇴보하는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23일 오후 부산시민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강동수 국제신문 논설실장, 이승욱 안녕광안리 대표, 최학림 부산일보 논설위원, 이성규 부두연극단 대표, 정희준 동아대 교수(오른쪽부터). 전민철 프리랜서 jmc@kookje.co.kr

- "추천도 없이 일방적 결정, 있을 수 없는 참사" 성토
- 범시민대책위원회 구성, 서명운동 등 여론전 선포

부산 문화예술계가 부산시의 부산문화재단 최상윤 민간 이사장 임명과 관련해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사장 임명에 대한 반대 여론을 이끌어나가기로 했다. 또 부산시의 일방적인 문화재단 민간 이사장 임명 절차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23일 오후 3시 부산시민센터에서 부산시민연대를 비롯해 부산 예술인과 시민단체가 '위기의 부산문화, 관변의 시대로 퇴보하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문화재단 최상윤 민간 이사장 임명과 부산국제영화제 '다이빙벨' 상영 취소 압력 논란으로 불거진 시의 일방적인 문화행정을 진단하는 자리였다. 예술 장르를 망라해 지역 예술인 70여 명이 모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부산시의 문화재단 민간 이사장 임명 절차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부경대 남송우 교수는 "시와 문화재단 모두 민간 이사장으로 재단의 기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경제인 중 문화 마인드가 있는 분을 모시는 데 동의했는데 지금 임명된 인물은 이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시가 출자·출연기관의 이사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추천 행위도 없이 일방적인 임명 행위만 한 것은 문화행정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시가 얼마나 고민 없이 이 일을 처리했는지 드러낸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발제자인 송교성 생활기획공간 통 공동대표는 "시와 문화계가 문화재단 민간 이사장 인물에 합의한 모델이 있었음에도 시가 이를 무시한 처사는 행정이 문화에 군림한 것이며, 부산 문화계의 참사"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강동수 국제신문 논설실장은 "문화재단 민간 이사장 선임 과정은 한 사람을 위해 졸속으로 처리한 것이 자명하며, 이는 시가 지역 문화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권위적이란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승욱 안녕광안리 대표는 "문화예술 지원 정책은 '공공의 재원으로 지원하되 운영은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데 '다이빙벨' 상영 취소 압력 논란과 문화재단 이사장 임명 모두 시가 공공의 재원을 빌미로 간섭하려고 시도한 것이며, 예전처럼 공공 기금을 적당히 단체에게 나눠주고 마는 식의 관변 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성규 부두연극단 대표는 "오랫동안 한 단체장을 했던 이가 또다시 문화재단 민간 이사장을 차지한 것은 후배들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이후 부산시민연대를 비롯해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재단 민간 이사장 임명 반대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여론몰이에 나설 뜻을 모았다. 비상대책위는 법리적 문제 등을 검토하며 장기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 가는 주체 역할을 하게 된다. 또 지난 14일부터 부산시청 앞 도시철도 연결통로에서 시작한 문화재단 민간 이사장 반대 1인 피켓시위를 계속하는 한편, '최상윤 문화재단 이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범시민 서명운동을 병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