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인조인간의 노랫말' 공연에서 하이브리드 피아노를 연주하는 권병준 씨. LIG문화재단 제공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악기의 범주를 넘어서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꾸준히 이뤄졌다. 1980년대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밴드 '소닉유스'는 자신들의 노래에 '노이즈'(소음)를 집어넣고, 변칙적인 튜닝으로 연주해 주목을 받았다. 1990년대에는 이러한 요소들이 음악계 전반에 나타났다. 흔히 지직거리는 등 산업적인 소음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인더스트리얼 록'이라는 장르로 규정됐다. '나인 인치 네일스'의 트렌트 레즈너는 이러한 이단적 시도의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오는 24일 오후 8시 LIG아트홀·부산에서 열리는 '싸구려 인조인간의 노랫말'은 '악기'를 중심으로 공연되는 음악계에 던지는 도전이다. '삐삐롱스타킹' '원더버드' 등 퍼포먼스를 강조한 록 그룹으로 활동했던 '고구마'(본명 권병준)와 '다페르튜토 스튜디오'를 시작으로 작은 단위의 연극 만들기에 나선 '적극'이 연출을 맡고, 미술, 연극, 기계공학, 컴퓨터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모인 미디어 창작그룹 '이악'의 협업 프로젝트다.

버려진 피아노 현이 이상한 형태의 하이브리드 피아노로 재탄생한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공연자의 얼굴이 수없이 다른 얼굴로 바뀐다. 공연자들은 몸으로 실뜨기하고, 조명 대신 레이저가 '감히' 관객의 머리를 비춘다.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공연의 형태는 깨진다.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악기로 재탄생한다. 재료가 무엇인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새로운 '악기'들이 내는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로 피아노를 연상케 하는 '악기'의 현을 바로 때려버리는 장면에선 뜻밖에 그럴듯한 소리가 난다. 마치 관객을 도발하는 것 같다. '지금 당신이 듣고 있는 것은 음악일까요? 아닐까요?'

잘 생각해보자. 요즘 유행하는 테크노라는 장르도 사실 전통적 악기의 사용은 배제하면서 생겨난 장르다. 처음에는 전자기기의 소음에 불과하던 것들이 이제는 주류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싸구려 인조인간의 노랫말'은 '악기'와 '장르' 등 음악을 싸매고 있는 틀을 벗어던지는 공연이다. 음악의 원초성에 큰 걸음으로 다가선다. 결국 '소음'과 '음악'을 구별하는 일은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균일 3만 원. (051)661-8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