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사에서 최고봉을 이루는 미켈란젤로, 도나텔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틴토레토와 같은 예술가들이 등장하는 이 책은 서양미술사가 아닌 인문학과 르네상스 시대의 창조성에 주목한 책이다.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치는 저자 김상근 교수는 인문학의 기본가치를 구현한 르네상스 시대 예술을 중심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정신을 '아레테' 개념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로마의 법률가이자 사상가인 키케로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아레테'(Arete)의 덕목을 제시하면서 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관한 학문, 즉 '인문학'(Humanitas Studia)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인문학은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바르게 지켜주고, 나이 든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으로 안내하며 또한 풍요로운 삶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우리가 역경에 처해 있을 때,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주는 것(18~19쪽)'이다. 키케로는 이와 같이 시련을 극복하고 불굴의 용기를 주는 힘이 인문학에 있다고 역설한다.

인간을 중심에 두고 진선미를 추구한 인문학의 창조적 원천에는 '아레테', 즉 완벽에 가까운 탁월함이 있으며, 시대를 앞선 창조자들은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어가 삶의 본질을 꿰뚫는 '아레테'의 힘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수많은 경계 선상에서 얻은 창조적 영감은 죽어있는 대리석에 생명을 불어넣고, 인내와 학습을 통해 역경을 이겨낸 창조적 예술가들은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며 오로지 자신과 경쟁한다.

또한 그들은 고정관념을 벗어 던지고 선택과 집중에 놀라운 힘을 발휘하여 인간사의 이면을 간파한다. 그리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성과 속이 공존하는 이중적 미학을 전개하면서 인간 내면의 고통을 창조적 열정으로 불사른다. 그러나 그들이 추구했던 아레테는 예술적 탁월함, 즉 재능의 탁월함이 아니었다. 아레테 여신의 고통스러운 여정을 기꺼이 함께한 그들은 르네상스 시대가 추구한 인간의 참모습, 즉 '인격의 탁월함'을 예술로서 승화시킨 자들이다.

'인격의 탁월함은 사람을 감동시킵니다. 영웅으로 하여금 진정한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아레테의 원동력입니다 (…) 여러분은 아레테의 덕목을 가지고 있습니까? (…) 오디세우스가 새 출발을 다짐할 수 있도록 아레테가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 것처럼, 여러분도 주위 사람들에게 아레테의 힘을 보여주기 바랍니다(197쪽)'.

저자의 간곡한 바람처럼 이제 우리 속에 내재하는 아레테의 힘을 혼신을 다해 끌어낼 차례이다. 만약 당신이 많은 것을 가졌다면 여유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감싸길 바라며, 그렇지 않다면 여유로운 자들의 손을 빌어 다시 일어서서 더욱 견고해진 아레테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복잡하고 경쟁적이며 냉정한 도시 한가운데서 아레테가 불어넣은 인간적이면서도 따스한 공기를 매일 숨 쉬는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녹록지 않은 현실이지만 더 이상 바람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갤러리 이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