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이한 사건이 줄을 잇는 시절이 있었나 싶다. 우발적인 사건을 통해서 일어난 극단적인 살해 현장과 각종 집단에서 자행되는 사회 시스템의 부조리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져버린 모습들을 너무 쉽게 접하고 있는 현실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사회의 숨겨진 추악한 모습은 영화를 통해 다시 이야기된다. 영화를 통해 관객은 일상에서 느낄 수 없던 인간 사회의 이면을 더욱 또렷이 바라볼 수 있다.

영화 장르 중 이러한 비틀어진 현실이나 인간의 이면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르는 서스펜스를 기반으로 한 스릴러물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가운데 한 명으로 추앙받는 알프레드 히치콕은 이런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의 기준을 제시하고 발전시킨 감독이다. 그의 대표작 '사이코'는 세계 영화계에 큰 충격을 던져 주며 서스펜스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힌다. '사이코'는 이제 대중문화의 거대한 기념물로 자리잡고 있다.

'히치콕과 사이코'는 영화 '사이코'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부터 영화 제작 전 과정과 후일담을 풍부한 자료와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세밀하게 설명한다. 특히 중간중간 등장하는 히치콕의 육성을 통해 하나의 사건이 영화로 옮겨지고 대중에게 인정받기까지 그의 냉철함과 때로는 잔인스러울 만큼 용의주도한 면모를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영화 '사이코'는 프로이트 심리학의 개념을 차용해 아들이 자신의 엄마를 극단적으로 자기와 동일화해 결국 희대의 살인마가 되는 기이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1950년대 미국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연쇄살인범 에드가 긴의 실제 사건을 토대로 소설로 만들어졌으며, 후에 히치콕 감독은 최소 스태프만으로 45일 만에 저예산 영화 '사이코'를 완성했다.

히치콕은 말한다. "신문에 별 희한한 사건들이 너무 많이 보도되니까 서스펜스 소설들이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요. 우리 감독들이 관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한 수 앞서야 합니다. 관객이야말로 우리를 주시하는 고도로 훈련된 탐정들이니까요."

이 이야기는 히치콕 감독 특유의 주도면밀한 모습을 여실히 볼 수 있으며, 가장 감성적인 영화예술이야말로 가장 이성적인 행위를 통해 완성됐을 때 하나의 걸작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 책에 그려진 에드가 긴의 엽기적인 살인 행각과 그 이야기가 소설로 만들어지는 순간들, 이후 히치콕에 의해 영화로 옮겨지는 과정과 그 사이사이 보이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은 원인과 이유를 감지하기 힘든 하나의 사건이 대중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기이한 과정을 생생히 느낄 수 있게 한다.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