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창작집단 팻브릿지 공유현(왼쪽) 대표와 '영도'의 손승웅 감독이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나란히 부산 문화계 유망주로

- 손승웅 감독 첫 장편영화 '영도'
- BIFF 초청에 "꿈이 현실됐다"
- 부산영상위·BIFF ACF 지원 도움

- 공유현 대표 연극 '다윗의 비책'
- 부산문화재단 지원사업에 선정
- "서로 도움 주면서 자극받는 사이"

2000년 경성대 연극영화과에 '웅'과 '꽁'이 입학했다. '웅'이 막연히 영화가 좋았다면, '꽁'은 무작정 연극이 좋았다. 14년간 영화와 연극에 매달린 둘은 부산 영화·연극계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웅'은 첫 장편영화 '영도'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을 찾는 손승웅(33) 감독이고, '꽁'은 공연창작집단 팻브릿지 공유현(33) 대표다.

"BIFF에 초청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한다'고 덤덤하게 얘기했으나 진심으로 기뻤어요. 많은 영화인의 꿈이 자기 영화로 BIFF에 가는 것인데, 제 친구가 그걸 해냈잖아요." (공유현)

"제1회 BIFF 때부터 '내 영화로 저기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현실로 이뤄지니 얼떨떨하네요. '영도'는 온전히 제가 창작의 고통을 겪으며 토해낸 작품이예요." (손승웅)

경성대 연극영화과 동기인 둘은 14년간 의지하며 지낸 친구다.

"저는 전공(영화)과 관계없이 연극하는 친구들과 자주 어울렸어요. 1학년 때 공 대표가 창작극을 연출했는데 거기 스태프로 일하며 친해졌죠. 자신감 넘치고 카리스마 있는 공 대표에게 호감을 가졌거든요. 그렇게 밤새 작업하고, 토론하고, 술마시며 오랜시간을 함께 보냈어요." (손승웅)

"대학 동기들이 대부분 서울로 올라갔거나 연극을 그만뒀거든요. 때론 다른 동기나 선배들이 부러워하하죠. 너네 둘은 아직도 붙어다니냐고." (공유현)

공 대표는 2006년 공연창작집단 팻브릿지를 만들고 '생존의 법칙' '못생겨서 미안합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우리가 사랑할때' 등 레퍼토리를 만들었다. 최근 부산문화재단의 '청년연출가 작품제작 지원사업'에서 팻브릿지의 '다윗의 비책'이 선정(제작비 6000만 원 지원)됐다. 손 감독은 '브릿지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양영철 감독의 '타인의 멜로디' 등을 제작하며 자신의 작품을 준비했다.

	영화 '영도'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서울에서도 활동했지만 별다른 비전이 보이지 않더라고요. 부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나리오를 썼고, 부산영상위원회 지원으로 종잣돈을 마련해 1년 가까이 '영도'를 찍었어요(본지 지난 5월 29일 자 22면 보도). 후반작업 비용이 없어 고민할 때 BIFF ACF 후반제작지원을 받아 영화를 완성했어요." (손승웅)

두 사람은 척박한 부산에서 포기하지 않고 영화와 연극 작업을 해왔다. 활동 영역은 다르지만 남다른 전우애를 느끼는 이유도 이런 동질감에서일 것이다.

"제가 손 감독에게 많이 칭얼대는 편이예요. 제작비 때문에 힘들었을 때 '얼마 필요해'라는 손 감독 말이 얼마나 든든했는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자극도 받아요. 손 감독은 학창시절부터 일상적인 부분을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었어요. 제가 연극으로 더 성공하면 영화 일도 해보고 싶은데 그때 손 감독과 손잡으려구요." (공유현)

"공 대표의 뚝심 하나는 인정해주고 싶어요. 영화와 달리 연극은 극단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데 8년간 부산에서 연극을 해온 것 자체가 대단해요. 언젠가는 공 대표와 힘을 모아 영화와 연극을 아우르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팻브릿지 작품 중 일부를 시나리오로 만들 계획도 갖고 있어요." (손승웅)

공 대표의 입을 통해 '영도'에 관한 느낌을 듣고 싶었으나,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단다.

"극장에서 완성된 작품을 봐야죠. 이번 BIFF는 제게도 특별할 것 같네요." (공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