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의 대표적인 운동으로 손꼽히는 '1인 시위'.

- 권력 감시자·고발자·개혁가 역할
- 불합리한 법·제도·정책 등 꼬집어

- '1인 시위'로 의사표현 문화 정착
- 캠페인·낙선운동 등 시민힘 보여

- 사건으로 보는 시민운동사
- 차병직 지음/창비/1만5500원

"1994년 9월 창립된 단체로 주된 활동은 생활 속에서 침해당할 수 있는 시민의 권리를 지키고, 제도와 정책을 개선해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시민단체다."

우리나라 사법사상 최대 스캔들로 꼽히는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던 1998년 봄 한 일간지에 실린 참여연대를 소개하는 기사이다.

판사가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이 사건은 당시 의정부지원 지원장을 비롯한 판사 38명 전원 교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민완 기자 한 사람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있었다.

사건으로 보는 시민운동사는 참여연대가 창립 20년을 맞아 '20년 20장면'이란 콘셉트로 그동안 발자취를 엮은 책이다.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부터 한국 시민사회가 총집결한 운동인 낙천·낙선 운동, 경제민주화 물꼬를 튼 소액주주 운동, 합법과 위법의 틈새를 찾는 1인 시위,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최저생계비로 한달 나기, 희망 UP 캠페인' 등이 그 리스트이다. 여기에 시민단체 내부 결속력 문제부터 운영 자금 및 활동공간의 제약까지 시민운동의 내밀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 가운데 첫 번째 1인 시위가 이뤄진 과정을 살펴보자.

2000년 11월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변칙 증여와 관련해 국세청에 증여세 부과를 촉구하는 방법으로 채택한 것이 바로 1인 시위였다. 국세청이 입주한 건물에 온두라스 대사관이 있어 집회가 불가능했다. 고민하던 참여연대 관계자들 가운데 누군가가 무심코 '그럼 혼자서 시위를 하면 안 되나'라고 말했다. 12월 4일 시작된 1인 시위(당시엔 '나홀로 시위'라고 이름붙였다)는 이듬해인 2001년 4월까지 이어졌다. 국세청이 증여세를 부과하면서 막을 내린 이 1인 시위는 가장 흔한 형태의 의사표현 수단이 됐다.

	'최저생계비로 한달 나기, 희망 UP 캠페인' 모습. 창비 제공

'최저생계비로 한달 나기, 희망 UP 캠페인'은 최저생계비의 존재와 문제를 동시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2004년과 2010년 두 차례 이뤄진 이 캠페인은 정부가 공표한 최저생계비로 살아갈 수 있는지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두 차례 캠페인을 진행했던 참여연대 관계자는 "희망 UP 캠페인은 '사람' 캠페인이었고, '사람' 캠페인은 '공감' 캠페인이었다"고 정리했다.

지하철 연착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이동통신사의 이익과 편의만 앞세워 책정된 높은 가입비를 낮추자고 요구하는가 하면, 사찰과 문화재청이 결탁한 국립공원 입장료를 돌려받기 위한 소송 등은 그 이전까지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참여연대의 활동 가운데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2001년 총선을 앞두고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축이 돼 총선연대의 이름 아래 1054개 단체가 모였다. 낙천율 47%, 낙선율 68.6%. 놀라운 결과였으나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선거법 제87조 위반 논란에 시달렸고, 실제로 박원순을 비롯한 활동가들은 법정에 섰다. 물론 확정 판결은 선거법 위반이 아닌 선거운동 방법의 위반으로 내려졌다.

저자는 "누구나 주권자이므로 스스로 발동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고 독려하고 권유하며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해보자고 호소했다"며 "한국의 미래를 구상하고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시민사회의 상상력과 의지를 자극하는 데 기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