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해전에 출전한 조선 함선들이 왜군 돌격선단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한울 제공

- 역사현장 철저한 고증 바탕
- 김산호 작가, 회화로 풀어내
- 설명글 세밀한 묘사도 일품

이순신 장군을 그린 영화 '명량'의 인기에 힘입어 수많은 관련 도서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최근 출간된 이순신, 전승 불멸의 기록은 다른 책과 확연히 구별된다. 다른 책이 주로 이순신과 관련된 역사적 자료를 글로 풀어냈다면, 이 책은 역사회화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이순신을 그린다. 6·25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던 1959년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며 이 땅의 어린이에게 미래의 꿈을 심어준 한국 최초의 SF만화 '라이파이'의 김산호 작가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그려낸 그림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바다에 생생함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그림은 저자가 지난해 내놓은 '대한민족통사'에서 따로 발췌했다. '대한민족통사'는 북한에서부터 일본, 만주, 시베리아, 몽골 등지에 걸친 역사의 현장을 살피며 철저한 현장 고증을 통해 밝혀낸 한민족사를 2000여 점의 역사 회화로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여룡득수', 유성룡이 임금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고 전쟁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유성룡은 친구인 이순신을 몰래 불러 왜군의 침입 가능성을 경고하고,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로 발령한다.

이후, 이순신의 제1차 출동부터, 이순신이 전사한 노량해전까지의 임진왜란 전투가 펼쳐진다. 임진왜란의 전체적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이순신이 활약한 순간순간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의 그림은 그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학익진을 설명하면서 기존의 책이 단순히 '학이 날개를 펴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진형'이라고 설명했다면, 이 책에서는 그 진형과 상황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양한 지도를 통해 당시 조선 수군과 왜군의 충돌 지점 등을 빠짐없이 짚어나간다.

글 역시 당시 상황을 대단히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조금 더 가까워지자 좁은 물길을 가로막고 우뚝 서 있던 조선 함대의 기함이 서서히 옆으로 돌더니, 종대로 덤벼드는 일본 함대를 향해 지자포와 현자총통 등 함재포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 조선 함대는 우선 현자총통과 지자총통 등을 발사하여 일본 군함의 기동력을 마비시킨 후, 곧이어 조란환이라 불리는 새알 크기만 한 쇳덩어리를 한 번에 100~200개씩 산탄으로 발사하였다'(90쪽) 등 세밀한 묘사가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