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 이 소설의 제목은 최근 그 어느 소설 제목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뉴스나 신문,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큰 사건들 속에 인간의 잔악함과 그로 인한 삶의 처절함을 더욱 느끼는 요즘이라 내 마음에 뼈저리게 와 닿았으리라. 최근 일어난 군대 총기난사 사건과 윤 일병 구타사망 사건을 통해 보게 된 무자비한 폭력은 인간의 잔악성이 어디까지 갈 수 있나 실험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살고 싶다'는 올해 세계문학상 대상에 선정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군대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미스터리 기법으로 흥미로우면서도 생생하게 묘사해 호평을 받았다. 나는 이 소설의 처절한 제목과 소설의 주된 내용인 군대 내의 자살 사건을 통해 점점 변해가는 주인공(이필립 병장)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의 군대 생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해자와 피의자 그리고 방관자들이 뒤섞여 도무지 구분되지 않는 이상한 세계. 그 속에는 그런 비합리적인 삶의 방식이 너무나 당연하게 인정되고 용인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이 깔렸다. 그래서 소설 속 주인공의 시선과 맞물려 다시 나의 과거를 들여다보고, 지금 현실과 연결되는 것 같아 착잡하다.

'살고 싶다'의 주인공은 군대에 들어가기 전 단 한 번도 가지지 못했던 자신의 한계와 무능력함을 군대 조직에서 느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적응한다. 이 소설은 국군통합병원을 배경으로 한다. 군대에서 가장 약한 위치에 있으면서 제대로 그 존재가 설명되지 않는 병원 후송병들의 상황을 통해 군대의 모순을 구체적이면서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책에서 주인공이 우연히 군대 내 교회에 갔다가 예배당의 한 벽면에 병사들이 가득 써 놓은 글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 가운데 한 병사가 성경 구절을 인용한 글을 보게 되는데, 내용은 성경 에스겔 16장 6절에 적힌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다시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다. 이 글을 읽다 최근 일어난 윤 일병 구타사망 사건에 직속 선임이었던 이 일병이 윤 일병에게 말해준 한 마디가 떠올랐다. "내가 했듯이 개처럼 행동하라. 그래야 네가 살 수 있다."

소설에 등장한 성경 구절과 실재의 사건 속에서 드러난 그들의 대화에는 삶의 가장자리에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쓰러져갈 수밖에 없는 우리네 젊은이들의 자화상이 절박하면서도 처연하게 그려져 있다.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