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녀 칭송하며 국가이념과 결부
- 유교사회 유지한 남성들의 욕망

- 정절의 역사/이숙인 지음/푸른역사/2만 원

'유교를 국가이념으로 삼았던 조선 500년 동안 여성의 성에 관한 관념과 관습의 역사는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정절의 역사는 정절(貞節)이라는 키워드로 이에 답한다.

	'동국신속삼강행실도'의 열녀도. 왜적에게 겁탈당할 위기에 놓인 동서 사이의 여인 두 명, 시누와 올케 사이인 두 여인이 순절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여자는 정숙해야 하고 그 행실은 반드시 굳세어야 한다는 것이 '삼강행실도'의 취지이다. 푸른역사 제공

"정절은 기본적으로 애정을 바탕으로 한 배우자와 상호 의무 개념이다. 하지만 조선에서는 아내의 일방적인 의무 개념으로 전개되었다. 그것은 임금에 대한 신하의 충(忠)과 어버이에 대한 자식의 효(孝)와 같은 맥락에서 제기된 하위자(下位者)의 의무였다. 또한, 정절은 부부의 사적 관계를 반영한 도덕 개념이지만 삼강(三綱)의 질서로 편입되면서 사회 및 국가의 이념과 결부된 공공의 것이었다. 정절을 지킨 아내를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보상하고 '정절을 해친' 아내에 대해 국가가 분노하고 응징하는 것은 무엇 때문이겠는가. 정절은 곧 국법이었다."

저자인 이숙인(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박사는 정절 개념이 유교 이념의 조선 사회를 지탱하는 한 기둥이었음을 네 가지 범주로 나눠 밝혀낸다.

첫째, 정절과 관련한 법과 제도다. '조선경국전'과 '경제육전' 그리고 '경국대전'으로 이어지는 법전의 계보 속에서 정절 관련 규범들을 확인하는 한편 향약을 중심으로 도덕 사회 실현을 목표한 선비들의 도덕법에서 여성의 정절이 어떻게 해석되는지 살핀다.

둘째, 정절의 문화정치학이라는 주제로 국가 차원에서 행해진 절부 발굴 실태와 이념을 규명한다. 태조부터 명종까지 175년간 발굴된 절부의 수는 270여 명이고, 선조부터 순종까지 344년간 발굴된 절부의 수는 850여 명이다. 정절과 결부된 개념으로 실행(失行·절개를 잃다) 여성에 대한 검열 시스템을 빠뜨릴 수 없다. 자손을 볼모로 실행 부녀를 감시하고 검열한 것은 조선 사회 정절문화의 특징이다.

셋째, 정절의 확산을 위해 편찬된 각종 교육서다. "여자는 정숙해야 하고 그 행실은 반드시 굳세어야 한다"는 '삼강행실도'의 제작 취지는 사실상 열녀의 기본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정절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자결하거나 남편의 죽음에 종사(從死)를 택하는 '정절녀'의 행위가 행실도류의 유형들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정절 문제와 관련한 주요 사건과 논쟁을 재조명한다. 세종 때 '유감동 사건'과 성종 때 '박어을우동 사건'은 국가의 간통 처리 방식과 음부(淫婦) 및 간부(奸夫)에 대한 남성 사대부의 인식을 보여준다. 당시 좌의정이던 황희의 아들까지 연루된 유감동이라는 여인의 간통 행각은 조정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박어을우동은 왕 종친의 며느리였으나 첩에 빠진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몇 년 뒤 간통 사건에 휘말린다.

우리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정절 여성은 도미(都彌) 부인이다. 2세기 백제 때 인물인 도미 부인은 왕의 유혹에도 꿈쩍하지 않고 일편단심 남편 도미만을 사랑한 러브 스토리로 조선시대 여성들의 롤 모델이 되었다. 이 또한 조선 사회를 지배하던 남성의 '욕망'이 반영된 것이니 도포 자락에 감춰진 제대로 된 여성의 이야기를 찾는 일이 또 다른 숙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