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죽어야 할 운명을 지닌 불가능의 존재. 죽음은 이 연약하고 유한한 존재에게 불멸을 꿈꾸게 하고 불멸을 욕망하게 한다. 물리적인 육체가 소멸한 후에 사람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남는 불멸은 문학의 영원한 주제. 셰익스피어는 연인을 불멸의 시행 안으로 불러들여 영원한 삶을 부여한다.

"그러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은 퇴색하지 않고/그대가 지닌 아름다움은 가시지 않을거요/죽음도 제 그늘에서 그대가 방황한다고 뽐내지 못할 거요/그대는 불멸의 시행 속에서 시간과 함께 살 것이요/인간이 숨 쉬고 눈이 볼 수 있는 한/이 시가 살아 그대에게 생명을 주는 한" (셰익스피어, 소네트 18번 부분)

'불멸'은 메타픽션의 구조로 되어 있다. 작가가 전면에 드러나 소설 속의 인물들에게 직접 간섭한다. 시점과 인물들이 혼란스럽게 뒤엉킨다. 소설가, 시인, 작곡가, 화가의 에피소드가 현실 인물들의 에피소드와 연결돼 다양한 양상의 삶을 그려 보인다. 제각기 떨어져 있는 인물과 에피소드는 불멸에 공헌하는 이미지로 연결된다.

"필멸의 존재는 이미지를 통해 불멸의 지위를 얻는다. 그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구분하는 것도 바로 그 이미지이며, 그를 그 자신이게 하는 것도 바로 그 이미지이다. 그의 투쟁의 기원에는, 무수한 시선이 집중될 '역사'라는 위대한 무대 위에 내보내기 전에, 매우 분명한 색조를 부여하고 싶은 자아에 대한 불만스러운 격한 사랑이 있는 것이다." (342~343쪽)

스물여섯 살의 베티나는 예순두 살의 괴테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괴테의 연인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베티나는 괴테를 사랑하는 것이라기보다 괴테를 통해 집요하게 자신의 불멸을 획책한다. 자아 중심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베티나와 로라, 소극적이거나 방어적인 아녜스의 불멸의 방식은 제각기 다르다.

"불멸에 대한 욕망의 몸짓에는 단 두 개의 표점만 있다. 여기 있는 자아와 저기 아득히 먼 수평선, 그리고 두 개의 개념만 가진다. 자아라는 절대와 세계라는 절대. 따라서 이 몸짓은 사랑과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다. 왜냐하면, 타자나 이웃 등, 이 양극 사이에 있는 모든 인간은 미리 게임에서 배제되었고 탈락 되었으며 간과되었기 때문이다." (342쪽)

생전에 알던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어떤 인물에 관한 추억은 작은 불멸, 생전에 모르고 지낸 이들의 머릿속에 남는 어떤 인물에 관한 추억은 큰 불멸이다. 아녜스, 로라, 폴이 작은 불멸, 헤밍웨이, 괴테, 베토벤, 루벤스, 나폴레옹, 지스카르 데스텡은 큰 불멸이다. 큰 불멸의 존재가 된 예술가와 정치가 가운데 쿤데라는 예술가의 손을 들어준다.

"그 행동이 의미하는 것은 (조각, 시, 교향곡 등을) 창조하는 자가 (하인들, 공무원들, 백성들을) 통치하는 자보다 더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창조가 권력보다 더 가치 있고, 예술이 정치보다 더 가치 있다는 것이다. 작품들은 불멸하지만, 전쟁이나 왕자들의 무도회는 그렇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336쪽)

예술은 쿤데라가 우연히 탄생시킨 아녜스처럼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아름다움의 마지막 자취로서', '작은 물망초 한 송이'를 불멸의 이미지로 승화시키기 때문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