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트라우마 치유
- 김종찬 '천안함…'도 눈길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 있다. 이번 사건을 지켜본 국민 중 단 한 번이라도 눈물을 쏟아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프고 아팠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친구나 동료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본 생존자들이 겪어야 할 정신적인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보듬어줄 수는 없을까.

최근 발간된 반연간지 '해양과 문학' 17호(전망)에 실린 조천복의 단편소설 '또 다른 항해'는 세상을 향해 작은 위로를 던진다. 이 소설 속의 '나'는 뱃생활 35년째인 2등항해사다. 동남아 항로의 원목선을 탔던 '나'는 필리핀해협 근처에서 큰 사고를 당한 뒤 병원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나'는 태풍을 피해 항구로 가던 배의 브리지에서 당직을 서다 동료 선원이 태풍에 휩쓸려 실종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뿐만 아니라 '나'도 다쳤고 배는 선원을 찾기 위해 엄청난 파도 속에서 변침을 하다 전복 직전까지 갔다가 간신히 되살아났다.

의사는 '나'에게 선박과 선원들의 끔찍한 사고를 본 트라우마가 원인이니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요양하든지, 아니면 바다에 대항하여 싸워도 안전할 것이라는 확신이나 최소한 침몰해도 죽지 않을 것이라는 방어기재를 만든다면 치유가 될 것이라고 권유했다. '나'는 나름의 방어기재를 만들기 위해 영도에 있는 '패총전시관'을 찾아갔다. 사고 전 선사시대에 우리 조상들이 조그만 통나무배로 대한해협을 넘나들며 교역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나'는 조상들이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용감하게 항해했던 모습을 접하면 바다와 멀미에 대한 공포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결국 '나'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바다에 대한 공포를 조금씩 이겨낸다.

이처럼 자세하게 소개한 것은 소설 속 이야기들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겪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고통을 그렸다. 이 소설을 쓴 조천복 씨는 (사)한국해양문학가협회 부회장이며 40여 년 전 북태평양에서 배가 전도돼 한 시간 동안 바다에서 표류하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그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소설을 썼으며 제16회 한국해양문학상을 받았다.

이와 함께 '해양과 문학'에는 소설가 김종찬이 쓴 서평 '천안함과 인디애나폴리스 함'도 실려 눈길을 끈다. 이는 2차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중요 부품을 수송했던 미 해군 순양함인 인디애나폴리스 함이 일본군 잠수함에 격침돼 승조원 1196명 중 317명만 생존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밖에 남청도 해양문학가협회장이자 한국해양대 교수의 항해일지인 '북극항로 항행기'가 관심을 끈다.

'해양과 문학'은 해양문학가협회가 발간하는 해양문학 전문지다. 2012년 11월 16호를 낸 뒤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1년6개월 만에 17호를 냈다. 해양문학을 최고의 지향점으로 외치는 부산에서 정작 해양문학 전문지가 위태로운 것이 현실이다. 부산의 특징인 해양문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문단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