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주교단이 최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4년 춘계 정기총회서 기도하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제공

- 복음 묵상·봉사 활동 실천 등
- 구체적인 참례 대체 기준 제시

천주교에서 주일 미사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교회법 1247조는 '신자들은 주일과 그 밖의 의무 축일에 미사에 참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는 '주님의 날을 경축하고 주님의 성찬을 거행하는 것은 교회 생활의 중심'으로 '주일 미사 참례의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것은 중죄를 짓는 것'이라고 적혀 있을 정도다. 천주교 신앙생활의 기본이 주일 미사라 할 수 있다.

최근 이 주일 미사를 두고 한국 천주교에서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이하 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주교)가 주일 미사를 대신할 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주일 미사의 의미는 그대로 유지한다. 대신 부득이하게 주일 미사에 참례하지 못한 신자들을 위해 주일 미사를 대신할 수 있는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주교회의는 최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춘계 정기총회를 열고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에 관한 한국 천주교회 공동 사목 방안'을 발표했다. 주교회의는 이번 발표에서 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 74조 4항 '미사나 공소 예절에도 참례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직업상 또는 신체적 환경적 이유로 주일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묵주기도, 성경 봉독, 선행 등으로 그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해석해 명확한 기준을 마련했다.

기존에 단순히 묵주기도라고 명시한 부분을 묵주기도 5단(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등을 외는 기도)으로 정했다. 성경 봉독도 해당 주일 치러지는 미사의 복음을 읽고 묵상하는 것으로, 광범위한 의미의 선행 활동을 봉사·희생으로 규정했다. 신자들은 이 가운데 한 가지를 실천하면 주일 미사 불참으로 인한 고해성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이와 같은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는 지난 10여 년간 한국 천주교회의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 참여율이 하향곡선을 그렸다는 점이 깔렸다. 천주교 측은 주일 미사 참례 신자의 감소는 그리스도인 신앙에 문제가 있다는 징후라고 인식했다.

사람들은 일요일(주일)을 그저 휴일로 인식하고,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 참여 등을 신자들이 반강제적 행위로 느낀다고 분석했다. 의무화되고 정형화된 주일 미사의 부담감이 신앙생활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주교회의에서 신자들이 종교 본연의 가치에 다가갈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천주교 내에서는 2011년부터 수차례의 세미나와 전국 단위 교구별 토론 등을 통해 관련 논의가 진행됐다.

주교회의는 또한 일 년 중 언제라도 고해성사를 받았으면 판공성사를 받은 것으로 인정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판공은 천주교 신자가 의무적으로 일 년에 두 번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고해성사를 뜻하는 말로, 보통 부활절 시기와 성탄절 시기에 받는 고해성사를 일컫는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오랫동안 고민해서 내놓은 결과"라며 "주일 미사의 의미가 퇴색된 것이 아니라, 종교의 근본적 목적인 '마음의 안식' '복음의 기쁨'을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