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 인근에 있는 '주빌레 처칠'의 외관(위)과 교회당 내부를 포착한 윤준환 작가의 사진작품. 이를 바탕으로 건축비평가 이동언 교수가 '백색 교회'라는 공간詩학을 내놓았다. 아트 스페이스-움 제공

- 유럽 주요 건축물 사진 30여 점
- 이동언 교수 詩로 친절한 설명
- 21일부터 아트 스페이스-움

건축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긴다. 낯설고, 때로는 익숙한 건축에는 독특한 미학이 흐른다. 아주 오래전부터 예술 장르로 당당히 자리 잡은 건축에는 미학적으로 풀어낼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오는 21일부터 부산 동래구 명륜동 아트 스페이스-움에서 열리는 건축사진전 '공간詩학-낯섦과 익숙함' 전시에 눈길이 간다.

다음 달 2일까지 이어지는 이 건축사진전에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축사진 분야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윤준환 작가의 꾸밈없는 시선에 담긴 작품이 출품됐다. 그리고 건축이론비평가로 유명한 이동언(부산대 건축학과) 교수가 작품마다 담긴 숨은 의미를 응축한 시 작품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했다. 이동언 교수는 이들 시 작품을 '공간詩학'으로 규정한 점도 이채롭다.

건축물이 지닌 미학을 있는 그대로 포착해 표현하는 윤준환 작가의 담백한 이미지가 두드러지는 사진작품의 공간적 의미를 선명한 메시지로 전달한 시 작품이 한데 어우러지는 이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의 이해를 더욱 높이는 '친절한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 윤준환 작가는 독일 베를린과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의 주요 도시 건축물을 화면에 담은 작품을 펼쳐 보인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산복도로와 KTX가 지나가는 동구 좌천동 인근의 부산진시장 주변 야경을 담은 부산 도시 전경 3점도 내놓았다. 이들 30여 점의 작품에 일일이 이동언 교수가 건축과 도시 이미지를 특유의 필력으로 형상화한 시를 보태 건축과 시가 만나 멋진 화음이 엮어지는 전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직선을 감싸는 포물선 곡선,/직선도 올곧게 포물선에 대항한다/포물선과/직선의 대쟁투,/마지막 순간까지//흰색 속의 흰색은 흰색이 아니라,/검정색'('백색 교회' 전문)

윤준환 작가가 로마 근처에 있는 리처드 마이어의 건축작품 '주빌레 처칠'의 외관과 교회당 내부를 찍은 사진작품을 이동언 교수가 '백색 교회'로 풀어낸 공간詩학에서 가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직선과 포물선이 맞물려 흰색 건축물을 지탱하는 현상을 시로 표현한 이 작품에서 '흰색은 검정색'이라는 의미를 찾아보는 재미가 남다를 것 같다.

'헉헉거리는 도시/진군에 진군하여/산허리까지 올라왔다/…//용두산 타워라는 신형 미사일/우리 최후의 신병기인 초고층 아파트의 상부에서도 공격이 준비되고 있다.//산꼭대기를 점령한다고 맹세한 것이 벌써 반세기'('부산은 전쟁 중' 일부) 서구 남부민동에서 용두산 타워 쪽을 보고 찍은 부산의 야경 풍경을 놓고 포착한 공간詩학에는 풍성한 이야기가 있다. KTX가 지나가는 좌천동 주변 풍경에서 '뱀의 유혹'을 읽어내고 '열차는 뱀/버스는 살찐 뱀/자동차는 도마뱀'으로 묘사한 시어는 울림이 있다.

파리의 에펠탑 주변 풍광에서 '보이지 않는 십자가'를 끄집어내는 등 윤준환 작가와 이동언 교수의 건축 사진작품과 시의 만남을 접할 관람객들은 이색 즐거움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와 조지아 공과대학교에서 건축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부산에서 활동하는 이동언 교수는 '현상학적 맥락'에 바탕을 둔 건축설계와 이론·비평에 관심이 많다. 건축사진과 시의 만남을 주선한 윤준환 작가는 동아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건축과 인테리어잡지 객원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등 사진작품으로 도시건축을 기행하고 있다. (051)557-3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