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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문화 실크로드 시간여행 <6> 조선통신사와 동의보감

사절단에 포함된 조선의 명의, 선진 의술을 일본에 전파하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3-04 19:05:41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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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에 사행원 자격으로 참여한 양의(良醫)의 행렬을 그린 그림. 함정식 원장 제공
- 18세기 네 차례 파견 통신사에
- 드라마 '마의' 백광현의 조카 등
- 천하 보물 칭송 '동의보감' 통달
- 양의·의원 12명도 함께 파견
- 조선 사행단 일본에 도착하면
- 의학지식 배우려 앞다퉈 초청

지난 몇 년간 조선통신사를 알리는 문화 행사와 학술대회가 잇따라 개최되었다. 조선통신사를 소개하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분명히 조선통신사는 과거보다 친숙한 대상이 되었다. 각 분야에 걸쳐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조선통신사를 연구하는 학자층도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조선 시대에 한국과 일본 간의 공식적 의학교류가 조선통신사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접하면 놀라게 된다. 이는 조선통신사에서 의학이 차지했던 비중에 비하여 알려진 내용이 빈약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동의보감 저자인 허준.
의사학(醫史學)을 전공한 필자의 관점에서 보면 조선통신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의학교류와 '동의보감'이다. 조선통신사를 통해 조선이 보유하던 의술을 일본에 전파하였고, 그 중심에 '동의보감'이 있었다. 기존 의서(醫書)를 집대성하라는 왕명을 받은 허준이 '동의보감'에 동아시아에서 유행한 여러 의학사상을 아울렀다. 특히, 허준은 질병의 원인을 인체 바깥에서 찾지 않고 인체 안에서 찾으려3고 노력했다. 실제로 '동의보감'은 이전 의서들과 달리 앞부분에 인체에 관한 설명이 나오고 뒷부분에 치료법이 있다. 몸의 구조나 질병에 걸리는 이유 등을 설명하고 나서 처방이나 침을 놓는 등의 치료법은 나중에 소개하였다. 질병을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였으며, 치료 방법에 얽매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독창성을 인정받아 중국과 일본의 의가(醫家)들이 '동의보감'을 천하의 보물로 칭송하였다.

'동의보감'이 발간된 17세기만 하더라도 일본 의학은 조선 의학에 처져 있었다. 일본 막부는 후진성을 벗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그것이 조선통신사 의학교류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조선통신사가 파견되기 전까지 양국 사이에 공식적인 의학교류는 없었다. 조선통신사 파견 직전에 대마도 사람들이 구청(求請)을 통해 조선 의서를 몇 질 얻어가 막부에 헌납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일본 의학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의학이라는 학문 특성상 교육 없이 의서만을 읽고 제대로 된 의술을 구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진 의술 도입에 목말라 하던 일본이 조선통신사의 일원이었던 조선 의가들을 초청해 그 진수를 전수받았다.
조선 의가들, 즉 양의(良醫)와 의원(醫員)들이 사행원 자격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의학에 관한 갈증을 풀어주었다. 18세기 네 차례의 사행에 파견된 조선 의가는 모두 열두 명이었는데, 한결같이 '동의보감' 전문가들이었다. 이 가운데 백흥전에 대해 언급해보면 그는 1719년 기해사행 당시 의원 자격으로 일본에 파견된 인물이었다. 백흥전은 출중한 의술을 인정받아 젊은 시절에 이미 내의원에서 침의(針醫)로 활약하였다. 그는 의원 선발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했으며 왕실 입진(入診)에 참여할 정도로 다재다능하였다.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마의(馬醫)'의 주인공이자 조선 후기 외과술(外科術)에 한 획을 그은 백광현의 조카이기도 하다. 백흥전은 '동의보감'으로 무장된 의가로서 백광현의 영향을 받아 일본에 외과적 의술을 전파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 외에 파견된 의가 모두 선진 조선 의술을 일본에 전파하는 과정에서 활약하였다.

조선통신사와 '동의보감'은 탄생 시점과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등재라는 절묘한 공통점이 있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통신사를 파견한 시점을 1607년으로 보는데, 이 시기는 '동의보감'이 완성되어 가던 시점이었다. 얼마 전 조선통신사 4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한국과 일본에서 열렸다. 비슷한 양상으로 한의학계는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에 맞추어 기념행사를 개최하였으며, 오는 9월 경남 산청에서는 '세계전통의약엑스포'라는 국제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또한, '동의보감'과 조선통신사 모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최근 조선통신사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중요한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동의보감'은 이미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조선통신사 역시 2014년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우선 등재 신청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조선통신사와 '동의보감'은 떼어 놓고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조선통신사와 '동의보감' 모두 세계기록유산으로 인정할 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유네스코가 이런 가치를 존중해 줄 것이라 확신한다.


# 통신사 숙소마다 일본 의가(醫家) 몰려들어…父子가 대를 이어 조선의술 배우기도

- 서류 면접 통과해야 조선 의원과 만남
- 일부 日 의원들은 따라가며 배움 요청

   
조선통신사의 의가들과 의학문답을 펼친 일본 의원 북미춘포의 비석.
사행마다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도착하면 사행단이 머물던 숙소로 양의와 의원과의 만남을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렸다. 전국 각지에서 온 의가들 혹은 의학적 소양이 깊은 문사(文士)들이었는데, 그 인원이 많았다. 의학 수준이 천차만별이었기에 일종의 서류 면접을 거쳐 통과해야만 조선 의가와 만날 기회가 주어졌다. 기회를 잡지 못한 인원 중에는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고 양의와 의원이 가는 길을 쫓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행 가운데 신묘사행과 기해사행 간의 간격은 8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간격을 두고 양국 의가들의 만남이 이루어졌기에 가능했던 일화를 하나 소개하겠다.

1711년 북미춘륜(北尾春倫)은 지방에서 의원을 운영하던 아버지를 따라 조선통신사의 의가들이 머물던 숙소를 방문하였다. 그의 아버지 북미춘포(北尾春圃)는 이미 대원(大垣)이라는 지역에서 명성을 떨치던 의가였기에 조선 의가와 의학문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 덕분에 북미춘륜은 아버지와 조선 의가 기두문(奇斗文) 사이에 오간 여러 의학적인 문답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는데, 기두문이 환자의 가슴 부위를 관찰하며 허리혈(虛里穴)을 누르며 진찰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허리혈이란 왼쪽 가슴 아래 심장의 박동이 감지되는 부위를 말하며, 여러 종류의 기(氣)가 모이는 경혈(經穴)이다. 허리혈에서 뛰는 맥을 기준으로 병증을 진단하는 방법을 허리맥 진단이라 하고, 이곳의 맥박을 근거로 환자의 상태를 알아내는 독특한 진단 방법이다. 허리맥 진단은 복진의 한 가지 종류로 널리 사용되었던 방법은 아니다. 당시 아버지 곁에서 펼쳐진 상황을 관찰하던 북미춘륜에게 조선 의가가 보여준 허리혈 진단 방법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8년의 세월이 지난 1719년 기해사행에 이르러 북미춘륜은 의원 자격으로 조선 의가들과의 의학 문답에 참여하였다. 8년 전에는 아버지 곁에서 문답을 경청하던 북미춘륜이 어느덧 의원이 되어 의학 문답의 주연이 된 것이다. 그는 그동안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 가운데 중요하면서도 재차 확인하고 싶었던 부분을 기록해 두었다가 1719년에 일본을 방문한 조선 의가에게 물었다. 북미춘륜이 기록한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8년 전 기두문이 아버지에게 알려준 허리맥을 이용하여 진찰하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적어도 북미춘륜이 1711년에 조선 의가로부터 습득한 허리맥 진단을 자신이 구사하는 의료 기술에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일본 의가들이 조선통신사의 조선 의가들과의 만남에서 터득한 의술을 바로 임상에 적용했다는 증거이다.

이 일화는 조선 의가를 만날 수 있는 보장이 없음에도 사행마다 사행원들이 머물던 숙소로 일본 의가가 몰려온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함정식 청솔한의원 원장·상지대 한의예과 겸임교수

※공동기획 : 부산문화재단, 조선통신사학회,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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