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무용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JULY Dance Company의 '노년의 기록' 공연 모습. 부산무용협회 제공

- 박재현 안무 '노년의 기록' 대상
- 안무상까지 받아 2관왕
- "악덕 안무가 굴레 벗어 다행"

- 허종원 안무 '오감도' 우수상
- 남자연기상 수상 2관왕

지난 25~27일 부산시 주최, 부산무용협회 주관으로 열린 21회 부산무용제는 남자 무용수의 기근 속에 모처럼 창의력과 기획력이 돋보이는 30대 중반의 두 남자 무용수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무용제에서 5개 팀이 경연을 벌인 결과 영예의 대상은 JULY Dance Company의 '노년의 기록'(안무 박재현)에 돌아갔다. 이 작품을 안무한 박 씨는 안무상까지 받아 2관왕에 올랐다. 우수상은 판 댄스 씨어터의 '오감도'(五感刀·안무 허종원)가 차지했으며 허 씨 역시 남자연기상까지 받아 2관왕이 됐다. 여자연기상은 그랑발레 정두순 씨가 받았다. 5개 상 가운데 여자연기상을 빼고 박 씨와 허 씨가 휩쓸었다.

박 씨는 28일 "대상을 받게 돼 '악덕 안무가'의 굴레를 벗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작품에 출연한 11명의 무용수 중 한 명을 빼면 다들 30대입니다. 밥벌이를 하느라 시간적으로 모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퇴근 후 저녁에 모여 밤 늦게까지 연습하다 보니 제가 주문한 게 너무 많았나 봅니다. 그래서 다들 저를 '악덕 안무가'로 불러요."

박재현(왼쪽), 허종원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동용 씨는 "젊은 춤꾼이 마음껏 춤을 출 수 있도록 한국무용 중심의 부산시립무용단 이외에 부산시립현대무용단, 부산시립발레단, 재정 자립도가 높은 구 단위의 구립무용단을 설립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박 씨는 "30대 청년실업왕국 대한민국, 죽음과 삶 속을 방황하는 노년을 위로하기 위해 국악, 연극적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고 말했다. 연극배우 유상흘 씨가 대본을 썼고, 해금으로 팝송 '스마일(smile)'을 연주했다. 이 작품은 심사위원(위원장 김정순 신라대 예술대학 학장)으로부터 국악을 현대무용에 활용하고 창의성과 부산성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상 팀에게는 상금 2000만 원과 오는 10월 전남 여수에서 열리는 전국무용제에 출전할 자격이 주어진다.

박은화 부산대 무용학과 교수는 "무용수가 모자라는 등 부산지역 무용계가 위기이지만 이 때문에 이번 대회를 위해 출신 학교의 벽을 넘어 서로 도와주고 협력하는 모습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