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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이야기 속 빛나는 유머

부산국제연극제 '수유기' 리뷰

  • 국제신문
  •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
  •  |  입력 : 2012-05-06 20:29:0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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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문가 아들·순정파 기녀의 사랑
- 재치있는 대사·고유 음악 매력적

제9회 부산국제연극제가 지난 4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시작됐다. 'Hello, Asia'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중국 사천성천극원의 '수유기'가 그 막을 열었다. 당나라 문인 백행간의 애정 소설 '이왜전'을 천극의 형태로 담아냈다. 천극은 중국 사천 지역 전통극이다. 코믹하고 중국 전역의 5개 곡조가 어우러진다.

'수유기'는 명문가의 아들 정원화와 기녀 이아선의 순정을 그린 이야기다. 정원화가 장안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길에 양주에서 기녀 이아선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는다. 정원화가 돈이 떨어진 것을 안 이아선의 어머니는 계략을 꾸며 둘 사이를 갈라놓고, 정원화는 객지에서 거지 신세로 전락한다. 우여곡절 끝에 각설이타령으로 연명하기에 이른 정원화는 우연히 이아선과 마주치게 되고 두 사람은 다시 부부의 연을 잇는다. 하지만 고생 끝에 얻은 행복 때문에 안일해진 정원화는 공부를 게을리하고 이아선의 충고를 귀담아듣지 않는다. 급기야 이아선은 스스로 눈을 찌르는 충격요법을 사용한다. 정신을 차린 정원화는 분발하여 장원급제하고 명약을 구해 부인의 눈을 뜨게 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정절과 권선징악 코드에 친숙한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천성의 지역색을 담뿍 담은 천극과 결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천성은 폐쇄적인 지리적 요건 때문에 자신만의 문화적 양식을 발전시켜 왔다. 그 속에서 태어나고 완성된 천극만의 특성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예부터 '촉의 배우는 대부분 문장에 능하며 박학다식하다'는 평이 있을 정도로 천극은 다양한 내용과 세련되고 문학적인 대사를 자랑했다. 가령 이아선이 아무리 당부해도 공부하지 않는 정원화에게 "이렇게 당부하면 돌멩이도 고개를 돌려 끄덕였을 텐데"라고 하는 말처럼 재치있는 표현이 가득하다. 또 유쾌한 사천인의 기질을 표현하듯 익살스러운 연기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이아선이 눈을 찌르는 절정의 순간에도 무대 뒤에서 직접 연주하는 전통 악기 소리와 어우러진 익살맞은 연기가 웃음을 자아냈다. 중국 전역의 5개 곡조가 어우러진 음악도 귀를 즐겁게 했다. 찢어질 듯 높은음의 창은 여인의 비통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고, 무대 뒤에서 배우를 돕는 방창은 배우의 연기를 한껏 실감 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천극하면 떠오르는 변검 등 특수연기를 볼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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