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묵 작가의 목인천강.

# 장태묵 작가 '목인천강'

- 강물에 반사된 나무·풍경 담아
- "겸손·지혜 품은 아시아의 시선"

# 강미선 작가 '심심상인'

- 단정한 주발·가지런한 꽃 등
- 한지·도판 위 단아하게 표현

여기 두 작가가 있다. 한 명은 강에 나무를 새기는 심정으로 자연과 통하고, 또 한 명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으로 정갈한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목인천강(木印千江)

강미선 작가의 물고기.

장태묵 작가는 '천 개의 강에 나무를 새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화면 가득한 자연 풍광이 서정시처럼 가슴을 적신다. 화선지 위에서 수묵이 번지듯, 그의 자연은 캔버스에서 아크릴을 만나 은은한 색감을 자아낸다.

자연이 화폭을 점령한 작품들, 좀 더 들여다 보면 화폭 속 주인공은 수면 아래 모습들이다. 작업실이 있는 경기도 양평에서 늘 보는 강과 나무들, 작가는 자연스럽게 자연 속 여백을 캔버스에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수면 아래일까.

작가는 "나무는 보지만 수면 아래 그림자는 보지 못한다. 한 번쯤 겉이 아닌 숨은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어떻게 보면 나무는 인간의 또 다른 얼굴이다. 빛(가식)이 없을 때는 모두 똑같다. 물속에 빠뜨리면 잘나고 못난 사람없이 모두가 본질로써 서로 통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부산이 고향인 작가는 지난해 10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밀레미술관에서 전시를 열었다. 당시 그의 초대전을 결정한 이암 파르하 관장은 "물에 반사된 풍경 혹은 땅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독창적인 공간 배치에서 화가의 기발함이 보이며, 겸손함과 지혜로 가득 찬 아시아적인 시선이 느껴진다"고 평했다.

오는 27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 수호롬 갤러리 부산. (051)744-8555

■심심상인(心心相印)

갤러리 폼(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는 독특한 감성과 화법을 통해 삶을 닮은 예술을 지향하는 강미선의 열세 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다'는 뜻을 담은 심심상인. 그는 말없는 가운데 서로의 마음이 통하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

화병에 꽂힌 가지런한 꽃송이, 장식이 거의 없는 단정한 주발, 소박한 모양의 과일 등. 모두 작가가 그려내는 것들이다. 이들 물상이 한지의 결과 형상을 자연스럽게 만나거나, 도판(陶版)에 가지런히 올라가 있다. 정갈한 풍취가 겸손한 작가의 손맛을 닮았다.

"작가는 한지를 여러 겹 발라 올리면서 한지 고유의 물성을 적극 드러내려고 시도한다. 결이 거친 종이를 몇 차례 발라 올리면 표면 자체가 불규칙한 화강암 같은 재질을 보인다. 이 위를 은은한 수묵으로 다지면 약간 투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한지의 물성이 두드러진다." 미술평론가 오광수 씨의 말이다.

강 작가는 "항상 저와 인연이 있는 대상을 소재로 삼는다. 다기, 식기, 화기 등을 보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새로운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달 7일까지. (051)747-5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