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일동 블루스'의 한 장면. 인물들 뒤로 보이는 곳이 부산 동구 범일동이다.

- 문학평론가 김경연 첫 강의
- "영화 '범일동 블루스' '할매', 마을주민 애환 잘 담아내"

부산 동구 범일5동 매축지마을에서 인문학의 향기가 피어나고 있다.

부산대 인문학연구소는 오는 27일까지 금요일 오전 이곳 사랑방 마실에서 '역사와 예술 속의 매축지와 그 주변'을 주제로 매축지 마을 주민을 위한 희망의 인문학 강의를 한다.

6일 첫 번째 강의를 맡은 문학평론가인 김경연 부산대 인문학연구소 연구원는 '예술 속에 나타난 매축지와 부산진'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 연구원은 "매축지 마을을 포함해 동구나 부산진구 지역이 '친구' ' 아저씨' 같은 영화 촬영 장소로 소비되고 있지만 추상적이고 익명적인 공간으로 그려질뿐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내부자의 시선으로 매축지와 그 주변을 다룬 작가와 작품으로 여류소설가 김말봉, 손택수 시인의 시 '범일동 블루스', 김희진 감독의 영화 '범일동 블루스', 김지곤 감독의 영화 '할매'를 꼽았다.

김말봉은 1901년 중구 영주동에서 태어나 동구 좌천동과 초량동에서 살며 25편의 장편, 100여 편의 단편을 발표한 보기 드문 여성 작가다. 하지만 그녀는 1937년 조선일보에 소설 '찔레꽃'을 연재하는 등 주로 대중소설을 써온 탓에 문학적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당시 그녀가 쓴 원고를 서울로 보내는 것도 피말리는 전쟁이었다. 김말봉의 딸이 부산진역에서 매일 밤 9시20분 서울행 급행열차 편으로 원고를 실어보냈다고 한다.

김 연구원은 "'찔레꽃'에는 1930년대 젊은이의 자유 연애와 결혼, 자본주의적 빈부 갈등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가곡 '그네'는 그녀의 시에 사위인 작곡가 금수현이 작곡하면서 탄생했다. '세모시 옥색치마 금박 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나가 바람속에 나부낀다~'.

김지곤 감독의 영화 '할매'는 부산형 도시재생 모델인 산복도로 르네상스사업이 추진 중인 마을 할머니의 삶을 다룬 영화로, 지난해 '제13회 메이드인부산독립영화제' 우수상을 받았다. 영화는 이 사업으로 50년 넘게 살아온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손택수 시인의 시 '범일동 블루스'는 닥지닥지 붙은 서민 밀집 주거지역의 정겨움과 애환을 진솔하게 그렸다. '방문을 담벼락으로 삼고 산다/애 패는 소리나 코고는 소리, 지지고 볶는 싸움질 소리가 기묘한 실내악을 이루며 새어나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