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현장과 시각] 로고현대무용단 20주년 공연

장르융합 대신 몸짓에만 집중

고집스럽게 지켜온 본질·순수

  • 국제신문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0-06-17 20:22:39
  •  |  본지 31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16일 로고현대무용단이 창립 20주년 기념공연에서 윤경호 안무의 '착향'을 선보이고 있다. 로고현대무용단 제공
현대무용가 장정윤(동아대 무용학과) 교수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로고현대무용단은 공연안내 자료에서 '본질' '순수'라는 말을 자주 써왔다. '고집스럽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숱한 춤공연들 틈새에서 그 낱말들이 뜻하는 바는 잘 실감되지 않았다. '본질? 순수? 그게 무슨 의미지? 지금은 탈장르와 융합이 대세 아닌가?' 이런 식의 반응이 많았다.

로고현대무용단이 지난 16일 오후 부산 금정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창립 20주년 기념공연을 열었다. 20년은 사람으로 치면 청년이지만, 부산 예술단체로서는 중견 연륜이다. 부산 예술의 한 복판, 최전선에서 20년 동안 건재한 단체라면 그에 걸맞은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자리였다. 네 작품이 오른 공연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해야한다면 '자신감'이다. 여기서 자신감은 "내가 이렇게 춤을 잘 춰요" 하는 자기자랑이 아니다. '오로지 몸으로 추는 춤만 갖고 표현할 주제를 온전히 감당해낼 수 있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는 춤꾼들의 도전정신과 확신 같은 것이었다.

윤경호 안무의 '착향'은 빠르고 분명한 동작과 내면적이고 미묘한 춤을 짧고 간명하게 대비시켜 '뭐가 진짜냐?' 묻는 수작이었다. 이현의 '아담과 이브'는 재즈댄스 등 대중적 춤의 영향을 드러내면서도 아담 역 남성들이 선악과를 상징하는 사과를 입에 물고 춤춘 장면 등 선악과와 원죄를 춤속에 끌고와 현대인의 욕망과 가치전도에 대비시킨 창의적 작품이다. 강미란의 '데칼로그 중 5계명'이 극적이고 힘있는 춤 자체로 관객을 움직였다면, 김현정의 'Oblivion'(망각)은 연극적 요소를 끌어들이되 춤작품으로서 정체성을 해치지 않고 '춤의 춤다움'을 부각시켜 돋보였다.
'다른 매체나 수단에 기대지 않고 춤에 집중해 주제를 표현한다'는 자신감과 도전. 20주년을 맞이한 로고현대무용단은 그 점을 '자신들의 그 무엇'으로 내놓았다. 그게 바로 로고현대무용단이 오랫동안 강조한 '본질'과 '순수'의 요체였다.

사실 현재 부산 춤계에 이런 진지한 고민과 태도가 많이 희석됐다. 20주년 기념공연을 마친 뒤 장정윤 예술감독은 "지난 20년 힘든 시기도 많았지만 우리는 그 시절을 넘어왔다. 탈장르와 융합은 필요하다. 그러나 춤의 정체성을 확실히 다지지 않고 섣부르게 뒤섞으면 먹히거나 묻히고 만다"고 말했다. 그는 "동인단체는 춤이 비슷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지향을 공유하는 이들이 함께 작업면서 각자 '작가'로 태어나는 곳"이라며 향후 방향을 밝혔다. '춤의 춤다움'을 고민하는 것과 '작가 발굴과 성장'은 부산 춤예술계가 공통으로 짊어진 현실적 과제다. 그 점에서 로고무용단의 '성년 공연'은 뜻깊었다. 장 교수는 20일 오후 6시 경남 마산3·15아트센터에서 한 차례 더 기념공연을 갖는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탁암 심국보의 동학 이야기
“민중혁명의 효시이며 민주주의 발전 시발점”
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양산 단풍콩잎장아찌
국제시단 [전체보기]
어둠이 내릴 때 /박홍재
단풍 들어 /정온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코 없는 사람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미래를 위하여
리뷰 [전체보기]
경계인 된 탈북여성의 삶, 식탁·담배·피 묻은 손 통해 들춰
방송가 [전체보기]
스페인 간 이휘재·이원일의 ‘이슐랭 가이드’
MC 이휘재 vs 성시경 ‘미식여행’ 승자는
새 책 [전체보기]
성공한 인생(김동식 지음) 外
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도덕적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
고수 10인이 말하는 음식 의미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모로코의 밤-김민송 作
무자연(舞自然)-점화시경, 장정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위대한 과학자들의 결정적 시선 外
31가지 들나물 그림과 이야기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마루나무비 /박옥위
샛별 /정애경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2회 바둑전왕전 2국
제35기 KBS바둑왕전 준결승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허세 대신 실속 ‘완벽한 타인’ 배워라
봄여름가을겨울, 음악과 우정의 30년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부산, 영화를 만나다’로 본 독립영화의 면면들
암수살인과 미쓰백…국민 국가의 정상화를 꿈꾸며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책 향한 광기가 부른 파국…그 열정은 아름다워라 /박진명
가슴에 담아둔 당신의 이야기, 나눌 준비 됐나요 /정광모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눈물과 우정으로 완성한 아이들 크리스마스 연극 /안덕자
떠나볼까요, 인생이라는 깨달음의 여정 /강이라
현장 톡·톡 [전체보기]
지역출판 살리려는 생산·기획·향유자의 진지한 고민 돋보여
‘영화철학자’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패션·예술 유산 한곳에
BIFF 리뷰 [전체보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퍼스트맨
BIFF 인터뷰 [전체보기]
‘렛미폴’ 조포니아손 감독, 마약중독에 대한 인간적 접근…“그들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에요”
감독 박배일 '국도예술관·사드 들어선 성주…부산을, 지역을 담담히 담아내다'
BIFF 피플 [전체보기]
‘국화와 단두대’ 주연 배우 키류 마이·칸 하나에
제이슨 블룸
BIFF 현장 [전체보기]
10분짜리 가상현실…360도 시야가 트이면 영화가 현실이 된다
BIFF 화제작 [전체보기]
‘안녕, 티라노’ 고기 안 먹는 육식공룡과 날지 못하는 익룡의 여행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8년 11월 19일
묘수풀이 - 2018년 11월 1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10월 9일
오늘의 BIFF - 10월 8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茶杯不空
疏通不在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

무료만화 &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