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남 영화평론가

교실을 무대로 한 영화들 가운데 사람들의 기억에 강렬한 흔적을 남긴 것으로는 '언제나 마음은 태양'(1967)이나 '죽은 시인의 사회'(1989)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들에서 주인공인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진정한 가르침을 주고자 진력한 인물들이었다. 그들의 행위는 거의 영웅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것이고 따라서 영화 속의 학생들도, 그리고 그를 보는 영화 자체도 이런저런 고난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꺾지 않는 그 훌륭한 주인공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면서 이 영화들은 결국 관객인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발휘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로랑 캉테 감독의 '더 클래스' 역시 교실을 카메라로 담아낸 영화이지만 앞에 예를 든 영화들과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다른 작품이다. 여기에서도 우리는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고투하는 선생님을 보게 되지만 그는 여느 영화 속의 전형적인 주인공처럼 마냥 미화되지만은 않는 인물이다. 아이들도 결말에 이르러 무턱대고 그를 존경하게 되지도 않는다. 감상적이지도 않고 교훈적이지도 않은 이 영화는 자연히 우리에게 어떤 정서적 '고양감'을 억지로 주입해주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안겨준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앞서 지적한 영화들과는 다른 시선을 가지면서도 교실을 무대로 하고 교사와 학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들로 만들어진 목록에서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만큼 빼어난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영화는 파리의 한 중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교사 프랑수아를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그를 주로 따라가는 영화의 카메라는 단 한 번도 학교 밖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 카메라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학교 안의 일상사, 그러니까 프랑수아의 프랑스어 수업, 교사들 사이의 모임과 회의, 학교 안에서의 업무 처리 같은 일들이다. 다루는 사건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의 측면에서 '더 클래스'는 다큐멘터리 같은 픽션 영화인데 우리에게 이 영화가 사실적이란 느낌을 보다 강화하고 또 무엇보다도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영화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연기이다. 실제 교사와 학생인 배우들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투영해서 만들어진 장면들은 마치 우리가 그들의 실제 삶의 장소에 입회한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 극적이라고 할 수 없는 사건들로 이뤄진 이 영화가 우리에게 일종의 감정적 긴장감을 줄 수 있는 것은 이 같은 사실감 때문일 것이다.

'더 클래스'에서 감지되는 팽팽한 긴장감과 관련해서는 영화 속 인물들 사이의 관계로부터 비롯하는 그것도 간과할 수는 없다. 프랑스어 원제가 '벽들 사이에서'인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서로 벽을 쌓아놓은 인물들을 보여준다. 요컨대 다양한 인종들로 구성된 학생들 사이에는 인종적 정체성의 벽이 존재하고 교사와 학생 사이에도 역시 그들의 지위와 관련된 쉽게 부술 수 없는 벽이 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이들 사이의 말은 의견의 교환 수단이기도 하지만 갈등 표출의 도구이기도 한 것이다. 영화는 어느 쪽을 편들지도 않고 쉬운 결론에 도달하지도 않으면서 인물들로 하여금 말하게 하고 듣게 하며 언쟁하게 한다. 그러면서 여느 영화가 보여주지 못했던 예리함과 진실함으로 집단의 역학에 대한 영화적 분석을 잘 수행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