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공개 구애하는 장면은 목격자들을 강하게 흡인하는 힘이 있다. 다들 그 사랑이 결실을 맺기를 기원해 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두 남녀가 설사 생면부지라도 그러하니 유명인이라면 말해서 무엇하랴. 딱 그런 일이 지난달 26일 은반 위에서 일어났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페어 경기에 출전한 존 볼드윈(34)과 이노우에 레나(井上伶奈·31)가 그들. 연기가 끝난 뒤 남자는 빙상에 왼무릎을 꿇고 여자의 손을 잡은 후 청혼했다. 이 깜짝 프러포즈에 관중들이 먼저 반응했다. 그들은 "예스, 예스"라고 목소리를 모아 외쳤다. 차가운 빙판 위에 핀 뜨거운 사랑의 꽃. 여자는 물론 청혼을 받아 들였다.
인류는 뭔가를 구애하는 행위에 매료돼 왔다. 그 대상은 무척 다양하다. 이성(異性) 이성(理性) 학문 진리 종교 우정 꿈 돈 건강…. 나이에 따라 그 대상은 변한다. 젖먹이는 어머니가 구애 대상이다. 배가 고프다고 보채면 젖을 주고, 화수분 같은 애정을 쏟아내는 어머니를 통해 남자는 '무진장 사랑'을 경험한다. 남자아이가 성장해 어른이 되면 이성을 찾고 그로부터 사랑을 얻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평범한 남자라면 그렇게 한다. 문제는 그녀가 어머니와는 달리 딱지를 놓을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그들은 강력한 수단을 강구한다. 존 볼드윈처럼. 그는 공개 구애를 선택했다. 그건 절박한 시도다. 만일 실패한다면 얼마나 상심이 클지 누구나 알고 있다. 관중은 어느 새 그의 편이 됐다. 구애한 남자도,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관중이 외친 "예스, 예스"를 달리 표현하면 "그의 사랑을 받아 줘. 거절하면 내 가슴도 아파"가 되지 않을까. 잠깐 동안이지만 빙상 경기장 안에 운집한 관중은 이노우에의 연인이 돼 한목소리로 세레나데를 불렀다. 이런 청혼을 받은 그녀, 행운아다.
구애의 대상이 아직 있고, 그것을 갈구할 수 있다면 행복하다는 주장이 있다. 얼마 전 영·미 연구진이 자국을 포함해 한국 등 80개국 20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이런 주장과 관계가 있다. 연구진은 40대들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심리적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고 보고했다. 행복지수는 20대에 최고조를 이루다가 40대에 낮아지며 70대에 이르면 다시 정점으로 회복되는 추세 즉, U자 형태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40대가 가장 인상 쓰고 다니는 계층,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40대를 불혹지년(不惑之年), 부질없이 망설이거나 뭔가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때(四十而不惑, 논어)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이를 인정하기 싫은 모양이다. 공자시대의 40대는 현대 동년배보다 훨씬 원숙했기에 이런 말이 나왔을까. 영·미 연구진은 이 유명한 공자 말씀은 아랑곳 않고 이런 분석을 했다.
"40대는 달성할 수 없는 열망은 억제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기다. 중년임에도 많은 것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불행감이 더욱 높아지고,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처음으로 실감하게 된다."
이 분석은 40대에게 구애할 거리가 없어진다는 얘기로 읽힌다. 우울한 40대가 되기 싫다면 그것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영국 BBC 다큐멘터리 행복'(예담)은 이렇게 조언한다. '친구와 함께 웃음 클럽을 만들라, 냉장고 문에 재미있는 만화를 붙여두라, 춤을 춰라, 운동을 하라…세상 만사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라'. 힘 내세요,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 세상 모든 40대 남녀 여러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