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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탈출·반전시위에 우방국도 비판…푸틴 기반 흔들리나

러시아 ‘예비군 동원령’ 선포하자

국외 탈출 차량 행렬도 크게 증가

우크라 병합 투표에 인도·중 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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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할 병력 30만 명 확보를 위해 ‘예비역 부분 동원령’을 선포하자 반정부 시위는 물론 국외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병합하기 위한 주민투표까지 강행하자 러시아에 우호적이던 국가도 등을 돌리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외 거센 반발이 거세지면 공고하기만 하던 푸틴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가까운 로스토프온돈에 설치된 이동식 계약직 신병 모집센터 옆에 서 있다. 로스토프온돈 로이터=연합뉴스
● “국경 통과에만 7시간 걸려”

영국 BBC방송은 22일 러시아와 남부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국경의 베르흐니 라르스 국경검문소에서 5㎞에 이르는 차량 대기 행렬이 형성됐다는 목격자들의 전언을 소개했다. 조지아는 러시아인이 무비자로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캅카스 지역 인접국이다.

BBC는 “전쟁터에 끌려가지 않으려는 동원 소집 대상자들이 대기 행렬에 포함됐다. 이날 국경을 통과하는 데 7시간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카자흐 국경수비대는 23일 “러시아와의 국경에서 우리나라로 입국하는 외국인(러시아인) 수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4개 자동차 통과소에서는 늘어난 자동차와 승객들로 체증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카자흐스탄 상원 의장 마울렌 아쉼바예프는 “러시아인들의 입국을 제한하지 않겠지만 영주권은 필요한 서류가 구비됐을 경우에만 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권 경제협력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에 속한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인들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으나 체류 기간은 90일로 제한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 1300㎞를 맞대고 있는 핀란드 역시 국경 검문소에 통행량이 늘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튀르키예(터키)·아르메니아·우즈베키스탄처럼 러시아인이 무비자로 출입국이 가능한 국가로 가는 항공표는 매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서방 언론이 탈출 행렬을 ‘엑소더스’라고 표현하는 데 대해 ‘과장 보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1급 장애가 있는 예비군은 동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16세 이하 자녀를 4명 이상 뒀거나 병사·부사관으로 전역한 사람 중 35세가 넘는 예비군은 징집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또 예비군을 대상으로 한 부분적 동원령이 지난 21일 발동되자 만 하루 사이 최소 1만 명 이상이 입대를 자원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합류 투표가 열리는 2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선거위원회 직원이 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 러시아 반전시위에 수 천명 체포

푸틴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령을 내린 지난 21일에는 러시아 곳곳에서 반대시위가 벌어졌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38개 도시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가 벌어져 이날 하루에만 1311명이 넘게 체포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사는 러시아 곳곳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소규모 그룹들의 사진과 영상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는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 전국적인 차원에서 처음으로 일어난 반전 시위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수감 중인 러시아 반체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변호인들이 녹화하고 배포한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범죄적인 전쟁이 더욱 심화하고 있으며 푸틴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여기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면서 시민들에게 항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에 모스크바 검찰청은 인터넷상에서 미허가된 가두시위에 합류하라고 촉구하거나 직접 참여할 경우 최고 15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동원령에 대한 항의 시위가 잇따르자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총영사관은 지난 22일 교민들에게 신변 안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블라디보스토크 한국총영사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예비군 동원령 발효로 러시아 각지에서 시위가 발생하고 있어 교민들의 신변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집회 참가 및 집회 장소 배회를 삼가고 다중 밀집 지역 방문도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통행 중 주변에서 갑작스러운 시위 또는 시민들의 돌발 행동이 발생하면 신속히 현장을 이탈하고 외출 시 여권을 반드시 지참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헤이븐대의 매슈 슈미트 국가안보·정치과학 부교수는 “군 동원령은 군사적 결정이 아니라 자신이 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화두를 통제하려는 시도”라고 봤다. 이어 “푸틴은 더 큰 러시아가 공격받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며 “그 점을 (러시아 국민에) 납득시키는 데 어려운 상황이고 이는 그의 리더십에 많은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 강제병합 투표에 우호국도 등 돌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은 물론 남부 자포리자주·헤르손주 병합을 위한 주민투표(23∼27일)를 결정하자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서방과 러시아의 중재자를 자처해 온 튀르키예(터키)는 성명에서 “그런 불법적인 일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외교 절차를 회복하려는 시도를 어렵게 만들고 불안정성을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미국 PBS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 지도자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하려고 애쓰는 태도를 보였다”면서 종전 가능성을 띄웠다. 그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전쟁 장기화를 불가피하게 하는 점령지 귀속 절차를 서두르자 상당히 실망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원유를 싸게 구매한 인도도 냉담한 자세를 보인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달 16일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 푸틴과 만났을 당시 카메라 앞에서 공개적으로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평화의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지 논의할 기회를 찾자”고 말했다.

지난 15일 푸틴을 만난 시진핑 중국 주석도 전쟁에 관한 ‘의문과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회담 내용을 전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인정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은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는 데 중국이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독일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 탈영병의 망명신청을 받겠다고 밝혔다. 낸시 패저 독일 내무장관은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존탁스차이퉁(FAS)과의 인터뷰에서 “강압적으로 위협받는 탈영병들은 원칙적으로 독일에서 국제적인 보호를 받는다”면서 “푸틴 정권에 용감하게 대항해 큰 위험에 처한 이는 독일에서 정치적 박해를 이유로 망명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르코 부쉬만 독일 법무장관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아마 많은 러시아인이 고향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이라면 독일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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